확장의 네이버, 정리의 카카오…엇갈린 창업자 행보와 달라진 방향성
입력 2025.10.16 07:00
    두나무 결합 논의 등 확장 이어가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 카톡 개편 논란에 김범수 위원장 사법리스크까지
    증권가는 논란보다 추가될 AI 서비스에 집중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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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작된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반된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가 두나무와의 합병 논의 등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최근 단행한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이용자 반발에 휩싸이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올초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에 복귀한 반면, 여전히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오는 2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회사의 방향성도 네이버는 두나무를 필두로 다방면에서 확장적 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카카오는 계열사 정리를 통한 지배구조 효율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앞서 네이버는 이재명 정부 초기 내각 인사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을 배출하고, 네이버클라우드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1차 선정되는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 부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한 결합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비율은 3대 1 수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합이 현실화하면 사업 확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잇따라 합병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네이버의 밸류와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사업 결합 시 스토리가 달라져 성장과 리레이팅이 가능하다"면서 "가상자산 사업은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거래대금 및 실적이 우상향하는 추이를 보일 뿐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 토큰화 금융(RWA) 등 블록체인을 매개체로 사업체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하며 네이버의 멀티플을 20배에서 26배로, 목표주가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넥스트 이해진'으로서 네이버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송치형의 네이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아직 송 회장이 다른 사업으로 시장에서 증명한 바가 없고, (가상자산과) 플랫폼은 다르다"면서 "(네이버 후계구도는) 최고경영자 몇 명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며, 좋은 선택이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와의 결합 논의 외에도 올해 3월 이해진 의장의 복귀 이후 네이버는 분야를 막론하고 확장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네이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번째 해외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했으며, 8월에는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잔여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에 추가 인수했다. 9월에는 컬리와의 협업을 본격화하면서 '컬리N마트' 운영을 시작하고 약 500원대 규모의 컬리 구주를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최근 '친구'탭과 숏폼을 중심으로 단행한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이용자 반발에 부딪히면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이번 업데이트는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홍 CPO가 무리하게 개편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거센 이용자 혹평에 카카오는 4분기 중 친구탭을 개선해 반영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카카오는 오는 21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으며 검찰은 김 위원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 5억원을 구형하면서,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재검토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매각해야할 수 있다. 

      네이버의 확장적 방향성과 달리 카카오는 지배구조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계열사 정리에 더 신경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연말까지 계열사를 80여개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3월 기준 132개던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잇따랐다. 골프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는 매각을 추진하다 골프산업 침체로 매각을 잠정 중단,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의 편입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긴축경영차원에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으며,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지분 매각 참여 의향을 묻는 드래그얼롱 서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는 카카오와 관련해 오는 10월말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AI 서비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오픈AI의 챗GPT와 자체개발 AI '카나나'를 카카오톡에 적용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차례로 선보일 AI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높아진 반감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카카오톡 개편 여론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라고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면서 "친구탭이 아닌 숏폼탭은 이용자들의 사용량이 나쁘다고 볼 순 없으며, 추후 챗GPT가 카카오톡에 도입되고 난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카카오의 모습을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