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최태원-노소영 1.4조 재산분할 파기환송…고법서 다시 판단
입력 2025.10.16 10:56
    "노태우 자금은 뇌물"…노소영의 재산 기여로 인정 안 해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 받게돼…1.4조보다 줄어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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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에 대해 파기환송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또 한번의 재판으로 다시 시비를 가리게 됐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재산분할 부문에 대해서만 파기환송 결론을 내렸다. 앞서 2심에서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이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의 위자료 액수에 관한 판결은 최 회장의 상고를 기각해 20억원 지급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7월 사건을 접수한 이래 1년 3개월 심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일각에선 모든 대법관이 참여해 판단하는 전원합의체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전합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보고사건'으로 처리해 대법관 전원이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해 5월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주라며 재산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고 20억원의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이혼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부부별산제를 채택하는 민법은 부부가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는 특유재산은 이혼하더라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2심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가 됐다. 이러한 재산분할 배경에는 지금의 SK그룹이 있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또 다른 쟁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에 유입됐는지였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현 SK) 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2심에서 천문학적인 금액 분할에 파장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론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최 회장 측은 SK주식이 1994년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취득해 부부 공동재산이 아니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부친이 증여한 자금으로 인수한 것이므로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형성한 특유재산이 맞고, 노 관장이 단순히 협력하거나 내조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 분할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에서 재산분할 부문에 대해 파기환송을 하면서, 서울고법에서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됐다. 재산분할 근거를 다시 살펴야 하는만큼 향후 재산분할 규모가 앞선 2심 판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이 나왔다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재산분할을 하기 위해 SK㈜ 주식 상당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고, 이는 SK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단 관측이 있었다.

      2심에 따르면 재판부에서 산정한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주식이다. SK그룹 지주사인 상장사 ㈜SK의 최 회장 보유 주식(17.73%, 1297만주)을 2조76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외에 재판부는 비상장사 SK실트론 주식을 자산으로 포함했고, SK텔레콤·SK디스커버리·SK케미칼 등 계열사 주식 보유 분은 수십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들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도 공동 재산에 포함됐으며,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 다른 자산도 약 600억원 가량 있다.

      현재 진행중인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비상장상사인 SK실트론 지분(29.4%) 활용이 계속 거론돼왔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에서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개인적으로 지분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최 회장 몫의 지분 가치는 2600억원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2심 재판 과정에서 3배인 7500억원으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