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정기인사 앞당겨질 가능성 거론
최근 한 달 새 각 계열사 분주한 행보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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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들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리밸런싱 작업에 분주하다. 예년보다 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각 계열사 경영진들은 그 전까지 실적을 쌓기 위해 적극 움직이는 모습이다.
올해 SK그룹의 행보는 'SK온 살리기'와 '재무체력 보강'으로 압축된다. SK온 지원 작업이 일단락된 가운데 계열사들은 여전히 리밸런싱의 고삐를 죄고 있다. 당초 예정보다 결행 시기를 앞당기는가 하면 추가로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만 봐도 굵직한 움직임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지난달 말엔 3조원 규모 LNG발전자회사 유동화를 결정했다. SK스퀘어는 최근 드림어스컴퍼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고,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 자금 상환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SKC는 추석 연휴 전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SK피아이씨글로벌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지난 14일엔 자회사 SK엔펄스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SK디스커버리는 SK디앤디 지분 전량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SK㈜의 SK실트론 매각은 한동안 소강상태였다 지난달부터 다시 꿈틀대는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TES에 이어 SK에코엔지니어링 FI도 교체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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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들이 4분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분주한 배경으로는 정기인사가 꼽힌다. 올해는 리밸런싱이 경영진 성과 평가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경영 역량의 상당 부분이 자산 매각과 재무 역량 강화에 쏠릴 수밖에 없다.
올해는 예년보다 정기인사가 일찍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SK그룹은 매년 12월 초 인사를 단행하는데 올해는 한 달가량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인사 시기가 '유동적'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이달 중 SK그룹 수뇌부가 계열사 수장 및 주요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거론된다. 경영진 입장에선 그 전까지 막바지 성과를 내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이어진 리밸런싱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거래는 실질적인 성과 없이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SK피아이씨글로벌은 예전부터 잠재 매물로 거론됐지만 매각이 어려웠다. 화학산업이 부진한 상황이라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 이러니 매각 성과보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드림어스컴퍼니의 경우 인수 예정자의 자금력에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SK그룹에서 성사된 굵직한 매각이나 유동화 거래를 제외하면 보여주기식이거나 책임 회피성인 것들이 적지 않다"며 "계열사를 막론하고 임원들의 성과 경쟁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최창원 의장의 거취다. 최 의장은 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서 리밸런싱 작업을 총괄해 왔다. 일련의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으니 당초 계획대로 2년간의 중책을 내려놓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 반면,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의장 직을 유지할 것이란 반대 의견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창원 의장 체제에서 득을 봤거나 일하기 수월했던 쪽에서는 유임을,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반대의 경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