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6600억 PRS 재계약서 메리츠와 결별 수순…“불리한 조건 손본다”
입력 2025.10.17 07:00
    당시 ‘변종 구조’ 논란 불거진 딜
    조건 재협상 돌입…새 파트너로 한국證 거론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케미칼이 66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기존 파트너였던 메리츠증권과 결별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당초 계약 구조가 롯데케미칼에 불리했다는 점이 재계약 결렬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과 체결한 6600억원 규모 PRS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조건 조율이 어려워 결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국투자증권이 새로운 파트너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미국 자회사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LCLA) 지분 40%를 기초자산으로 메리츠증권과 PRS 계약을 체결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롯데케미칼은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조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메리츠증권과 맺은 PRS 계약 구조였다. 외형상으로는 매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롯데케미칼이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는 구조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당시 시장에서는 “사실상 롯데케미칼의 우발채무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반적인 PRS 구조를 보면, 증권사는 기업으로부터 자산을 넘겨받고 매각대금을 지급한 뒤 이를 담보로 단기채권(ABCP 등)을 발행해 유동화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단기채권의 상환(신용) 책임은 통상 증권사가 부담한다. 부담하지 않더라도, 자산을 넘긴 기업이 직접 책임을 지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이번 거래에서는 이 위험을 롯데케미칼이 모두 떠안는 형태였다.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롯데케미칼 자산 담보 단기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경우, 롯데케미칼이 직접 매입하기로 약정한 것이다. 덕분에 금리는 낮았지만, 상환 리스크까지 기업이 책임지는 이례적인 구조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이로 인해 롯데케미칼은 메리츠증권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었지만, 조달한 자금을 다시 시장에 투입해야 하는 리스크가 생겨 결과적으로 기업에 불리하게 성사된 거래라는 인식이 많았다. 당시 롯데케미칼이 메리츠그룹의 자금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에 기대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후 롯데지주 내부에서도 계약 구조를 재점검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재계약에서 이런 불리한 조항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조건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커버넌트(계약상 약정) 조항을 정상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재계약 협상에 롯데지주의 입장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PRS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거론된다. 한국투자증권 단독으로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복수 증권사의 공동 참여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 증권사들의 롯데그룹 익스포저가 높아 선뜻 참여하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재계약이 성사되면 롯데케미칼은 그간 제기됐던 우발채무 논란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보다 안정적인 조달 구조를 토대로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검토 중인 사안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