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해진' 물망 오른 두나무 송치형…숙원사업 금가분리 우회 속도낼까
입력 2025.10.17 07:00
    강남 부동산 신흥세력서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로
    3대1 주식교환, 금융 인허가 없이 금융 플랫폼 장악
    이해진 후계 구도 필요한 네이버와 니즈 맞아 떨어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나무 송치형 회장은 이제 가상자산 시장의 창업자를 넘어, 제도권 금융 질서의 경계에 서 있다. 업비트가 쏘아올린 폭발적 현금흐름을 발판으로 그는 물리적 자산과 제도권 자본, 그리고 글로벌 법인망을 촘촘히 구축했다. 표면적으론 거래소 운영자지만, 실질적으로는 규제 틀 안팎을 동시에 활용하는 자본가에 가깝다. 이번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논의는 그런 송 회장의 행보가 자연스럽게 수렴한 지점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분 거래 틀은 두나무 기업가치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 5조원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는 1대3 교환비율이다. 송 회장이 보유한 약 25% 안팎의 두나무 지분이 네이버파이낸셜로 전환되면, 그는 단숨에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금융계 인허가를 직접 받지 않고도 사실상 금융 플랫폼의 경영권 일부를 확보하는 구조다. 피인수자가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전형적인 '역전 합병'인 셈이다. 

      물론 네이버 입장에서도 두나무는 매력적인 현금창출 기계다. 두나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대, 영업이익률은 70%에 달했다. 사업모델의 단순성 덕분에 유지보수 비용이 적고, 거래소 수수료 수익이 고스란히 현금으로 남는다. 

      이 같은 자금은 점차 강남 오피스 빌딩과 상업시설로 이동했다. 삼성역 일대 영보빌딩과 토지, DF타워(에이플러스에셋타워) 등 거래 규모만 합쳐도 수천억원대다. 외형상 사세 확장에 따른 사옥 확보용이지만, 시장에선 이를 규제 리스크 대비용 실물 담보화로 읽는다.

      현금과 부동산을 피라미드의 하단에 두고, 송 회장은 그간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였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거래소·플랫폼 관련 법인을 운용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FI(투자자)들과 소수지분 투자·파트너십 가능성을 타진하는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표면적 이유는 글로벌 사업 확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규제망을 우회하기 위한 '지분 구조 정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금융규제 하에서 디지털자산회사가 금융사와 직접 결합하기 어려운 만큼, 경계를 해외에서 느슨하게 풀어놓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다. 

      두나무 내부에선 이른바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가 거래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됐다. 결국 송 회장은 규제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경계를 완만하게 비트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인수를 통한 정면 돌파가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이라는 접근이다. 

      본인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현물출자 형태로 네이버파이낸셜에 넘기면, 자본시장법상 금융업 직접 인허가 없이도 네이버 금융 생태계 내부로 편입된다. 이론적으로는 금가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그 경계를 허무는 구조다.

      송 회장은 네이버라는 우산 아래서 다음 수를 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NFT·토큰증권(STO)·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연동형이 핵심인데, 이는 금융결제망 접근이 필수다. 결국 규제를 정면으로 깨부수기보다, 제도권 플레이어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회로를 여는 게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송 회장의 행보는 일관된다. 수년 전부터 두나무는 거래소라는 단일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았다. 블록체인 인프라 루니버스, 투자 플랫폼 증권플러스 등으로 사업을 넓혔고 이를 통해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를 사전 구축했다. 이때마다 제도권 금융과 직접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였기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여러 난관을 겪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송 회장은 금융사 인허가를 받지 않고도 금융 네트워크의 한 축에 올라서게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데이터·AI 인프라를 통해 두나무의 거래 데이터를 제도권 회로에 결합시키는, 사실상 금가분리 해제에 준하는 효과다. 네이버 입장에선 두나무의 현금 유동성이, 두나무 입장에선 네이버의 시스템 인프라가 서로에게 부족한 퍼즐 조각인 셈이다. 

      두나무와 네이버 양사의 최종 목표는 나스닥 상장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통합법인 형태로 미국 증시에 진입하려는 구상인데, 현실적으로는 여러 장애물이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 인허가를 받은 국내 금융회사로,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 자체가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송 회장에게 나스닥 상장은 중요한 동력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코인베이스 시총은 63조원, 두나무 장외가는 5조원이다. 이 격차를 메우려면 미국 상장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결국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 상장을 통해 제도권 안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가 플랫폼의 경계를 넓히는 것이라면, 송치형의 두나무는 규제의 경계를 옮겨 놓으려는 시도다.

      네이버는 그간 후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창업주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은 3.7%에 불과해 2세 승계는 불가능하다. 그간 IB 출신 김남선·김영기 등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지만, 투자 성과 부진으로 내부 구심점 역할은 실패했다. 네이버는 기술·금융·자본을 동시에 이해하는 제2의 창업자급 인물이 필요했고, 송 회장은 그 공백을 메울 카드가 될 수 있다. 

      송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가 되면, 이사회에서 실질적 발언권을 갖게 된다. 김형년 부회장 등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네이버 전체에 C레벨급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래가 실제 성사되면 두나무의 위상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사업자에서 제도권 금융 계열사로, 나아가 나스닥 상장사로 입지가 변화할 수 있다. 두나무와 네이버의 주식교환은 협업보다는 자본의 이동에 가깝다. 가상자산으로 쌓은 현금이 전통자산 부동산을 거쳐 대기업 투자재원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국 자본시장에 신흥 세력이 부상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