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핀 신라스테이 객실, 모노그램도 서비스 논란
호텔은 이미지 실추, 면세는 부진의 늪
증권가에선 '적자부담 해소' 장밋빛 전망
-
우리나라 호텔 체인을 대표하는 호텔신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3성급 브랜드 신라스테이의 객실 청결 논란부터 최고급 브랜드 신라호텔의 최근 결혼식 번복 사태까지, 올 들어서만 벌써 수차례 소비자 및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대외 신인도와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주력이던 면세 사업도 기나긴 적자의 늪에 빠져 전략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시적 중국인 무비자 입국 등과 같은 이벤트는 호텔업계엔 가장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찾으면서 국내 호텔체인은 전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고, 중국인들이 제한없이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 몇 안되는 우리나라 호텔체인,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보유한 호텔신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커졌지만 회사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고객이 예약한 신라호텔 예식을 돌연 취소 통보를 하며 논란이 일었는데, 대관예약이 취소되자 고객에게 다시 예식을 올릴 수 있다고 번복하며 구설에 올랐다. 신라호텔의 예식은 비용만 총 1억원이 넘지만, 본식 1년 전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호텔신라는 5성급 신라호텔(서울, 제주), 3성~4성급 신라스테이에 이어 최근 신라모노그램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4성급 이상으로 예상되는 신라모노그램은 지난 7월 강원도 강릉에 오픈했는데 개관 직후 위생과 서비스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수영장 유료 이용으로 말들이 많았고, 서비스 미흡으로 인한 고객 불만 등이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릉의 가뭄 사태까지 겹치면서 개관 초기 수영장·사우나 등 물 사용 시설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올해 초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신라스테이(서초)의 청결 논란이 있었다. 배정받은 객실 천장에 버섯이 핀 것을 발견한 고객의 제보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호텔신라 측은 "리모델링을 위해 비워둔 객실을 직원의 실수로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각종 논란의 중심엔 호텔 사업이 있지만 사실 호텔신라의 주력은 면세점 사업이다. 최근 수년간 호텔신라가 실적 부진(2024년 영업손실 50억원, 순손실 615억원)에 빠진 것도 면세사업(TR사업부문)의 쇠락과 궤를 같이한다.
면세사업은 회사의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분기별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 이에 호텔신라는 최근 공항면세점 일부의 영업을 중단하고 인천공항공사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고객 수요 감소로 인해 적자가 지속하는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같은 결정이 중장기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으로 단기적인 재무부담은 불가피하단 지적도 있다. 비단 공항 면세점만의 문제는 아니고, 시내면세점인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사 HDC신라면세점 역시 겨우 연명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면세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높은 환율에 면세점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요인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의 트랜드도 빠르게 변화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보다 일명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수요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거스를 수 없는 대외 환경 변화를 차치하고 이를 예측하고 발빠르게 사업을 전환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다. 호텔신라는 공식적으로 사업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내놓지 않았으나, 호텔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수익성 회복을 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회사는 올해 초 면세사업부문에서 임직원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듯 회사의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2023년 말까지 최고 10만원, 최소 7만원대 이상을 유지하던 주가는 올해 초 3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고 공항 면세점 일부 철수를 결정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다소 반등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증권사들은 호텔신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조정하는 등 장밋빛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대적인 사업 구조의 변화, 이를 통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뚜렷하게 증명되지 않는 이상 주가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긴 어렵단 냉정한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