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FI에 일부 상환 가닥…'4천억 투입' 국민연금 원금 회수 어려울듯
입력 2025.10.17 07:00
    FI 측에 일부 상환 계획 통보 후 협상중
    약 3000억~3500억원 예상, 국민연금 원금도 못미쳐
    추가 상환 계획 제시 없으면 협상 난항 겪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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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스퀘어가 온라인 플랫폼 자회사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상환 계획을 구체화했다. 일단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원금을 전액 돌려주는 대신 일부만 상환하고 나머진 유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현재로선 양측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 투자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Q AP에 11번가 상환 계획을 통보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SK스퀘어는 지난 2023년 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약 20%의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포기했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10월 콜옵션 행사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FI 측에 협상안을 제시했다.

      1차 콜옵션 포기 사태 이후 양측은 협의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투자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기로 했다.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지위가 갈수록 공고해짐에 따라 11번가는 경쟁력을 잃으며 적자폭이 늘었고 매각 작업 역시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몇몇 원매자들과 초기단계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결론을 맺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현재 SK스퀘어가 FI 측에 일부 상환할 금액은 약 3000억~35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18년 FI가 11번가에 투자한 자금은 총 5000억원이다. 이가운데 약 4000억원(직접투자 3500억원, 간접투자 500억원)은 국민연금이 출자했다.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총 2조7000억원이다. 

      SK그룹이 투자를 유치한지 약 7년이 지난 현재,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의 장부가액은 총 6600억원으로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해도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SK스퀘어는 내부적으로 11번가의 현재 가치를 5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가 투자금 일부를 돌려주더라도 이자는 물론이고 국민연금의 투자 원금에도 한참 못미친다. 이에 FI 측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진 미지수다. 물론 추후 투자금에 대한 원금 및 이자 보전 계획과 구체적인 상환 스케줄이 제시된다면 협상이 좀 더 수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FI 측에 1차 상환 계획만 통보된 상황에선 양측의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FI측 관계자는 "11번가 투자금 상환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SK스퀘어 측의 제안 내용을 보면) 11번가 사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SK스퀘어의 투자금 상환 의지에 가장 관심을 갖는 곳은 역시 국민연금이다. 4000억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면서 긴장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으로 해당 투자건에 대한 출자금 회수도 요원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SK그룹의 입장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위한 해법을 찾고 있으며 명확한 방향이 결정되는대로 소통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11번가에 직접 자금을 투입한 FI가 아니더라도 SK그룹의 최근 행보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다소 냉정하다. 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11월 초 조기 인사를 앞두고 리밸런싱이 한창인데, 경영진들의 바쁜 움직임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진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수년 동안 FI와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온 11번가에 대한 대응도 미온적이고, SK피아이씨글로벌, 드림어스컴퍼니 등 매각 의지를 밝힌 거래들의 최종 성사 여부도 아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단 시각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태들이 진성 의지를 갖고 진행되는 것인지, 인사를 앞두고 경영진들의 보여주기식 움직임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