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율 전쟁' 커버드콜 ETF…코스피 랠리에 엇갈린 수급
입력 2025.10.17 10:42|수정 2025.10.17 10:43
    코스피 랠리 효과에 개인 자금 삼성 '고분배형' 커버드콜로 집중
    삼성 1000억 유입 vs 미래 20억…분배율 차이가 갈라놓은 수급
    업계 "상승장 특수효과…결국 '분배율 vs 지속가능성' 싸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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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한 커버드콜 ETF 시장의 자금 흐름이 극명하게 갈렸다. 코스피 랠리와 장기 연휴가 맞물리자 개인 자금이 '고분배형' 상품으로 쏠리며 단기 수급을 주도했다. 투자업계는 증시 호황이라는 특수한 시장 환경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매도해 확보한 프리미엄을 월 단위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상승장에서 수익률은 일부 제한되지만 꾸준한 인컴을 확보할 수 있어 대표적인 '현금흐름형' 전략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인컴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산운용사 간 '분배율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개인 순매수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에는 10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는 20억원 수준에 그쳤다. 두 상품 모두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하지만, 목표 분배율을 각각 연 15%와 7%로 설정한 전략의 차이가 수급을 갈랐다.

      삼성자산운용 상품의 최근 월평균 분배율은 1.4%(연 환산 약 17%) 수준이다. 이달 분배금은 주당 172원으로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해, 지급 기준일(15일)을 앞둔 13일에만 700억 원대 매수세가 집중됐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의 이달 분배금은 주당 62원으로 연 7% 수준의 분배율이다. '커버드콜은 장기적으로 원지수를 초과할 수 없는 구조'라는 원칙 아래, 단기 경쟁보다 '지속 가능성'을 앞세운 미래에셋의 전략이다.

      적정 분배율을 7%로 설정한 것은 코스피200의 장기 연평균 상승률(약 8%)을 근거로 한다. 지수 상승률과 유사한 수준에서 프리미엄을 확보하되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원금 훼손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반대로 고분배형 커버드콜의 경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일정한 분배율을 유지하려면 운용 재원 일부를 원금에서 충당해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옵션 매도 재원이 줄어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수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미래에셋의 설명이다.

      이번 수급 격차는 시장 국면의 영향이 컸다. 코스피가 최근 37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자 분배금 지급일(15일)을 앞둔 단기 매수세가 집중됐다. 고분배형은 상승장에서 일정 수준까지 지수 상승분을 따라가면서도 프리미엄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즉시 현금흐름' 매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13일 삼성의 기록적인 유입세는 분배금 지급일을 앞둔 응집효과이자, 랠리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매수 패턴"이라며 "당분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 심리가 투자자들의 고분배율의 리스크를 감내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이번 유입 격차는 특수한 시장 환경과 투자자 심리가 맞물린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향후 코스피가 일정 수준 조정을 받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분배형과 적정 분배율 상품 간의 경쟁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운용사 간 분배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커버드콜 ETF 본연의 철학인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 전략이 향후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증시 랠리와 연휴가 겹친 특수한 시기라 고분배형으로 자금이 쏠렸지만, 향후 변동성 구간에서는 투자자들의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커버드콜 시장은 결국 '높은 분배율'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수급을 통해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 운용사 간 ETF 시장 점유율 격차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38.7%(약 99조원), 미래에셋은 32.5%(약 83조원)로, 지난해 말 격차(2.08%포인트) 대비 배 이상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