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배당가능이익 지킬 수 있게 돼"
듀레이션 규제도 당장은 '영향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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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자본 규제 완화 방안에 보험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할인율 현실화 조정,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합리화 등 기대 이상의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다. 당장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하락 등의 우려가 사라지면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시행 예정인 보험사의 최종관찰만기 확대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시장환경이 변화된 상황 등을 감안해 최종관찰만기 확대를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추진하겠다"며 "보험사의 자본의 질 관리 강화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의 개선 필요성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종관찰만기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산정할 때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간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현재 20년인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보험부채 평가규모가 커져 보험사들의 재무 압박이 심해진다.
이를 10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은 당분간 현재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관찰만기 확대 기간을 2035년까지 확장함에 따라 장기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지금의 킥스와 배당가능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듀레이션 규제와 기본자본 비율 규제 등이 예고됐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듀레이션의 경우 경영 실태 평가에 듀레이션 갭 지표를 신설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다만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이라 규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대해상, 삼성생명 등이 금리 민감도가 큰 회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금리 100bp 하락을 가정할 때 현대해상은 킥스 비율이 -31%p포인트(p) 하락한다. 삼성생명(-30.9%p), KB손해보험(-28.25%p), 메리츠화재(-25.06%p) 등도 높은 축에 속한다.
기본자본 비율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주로 영향권이다. 다만 점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 당장 우려는 적은 편이다. 듀레이션 규제는 오는 20일, 기본자본 비율 규제는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엔 당국의 규제가 아니더라도 듀레이션 매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기본자본 비율은 나와봐야 알겠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유예기간을 주면서 단계적으로 강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언급한 점도 업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자의 계약 해지에 대비해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이다. 해약환급금이 보험부채보다 많을 경우 그 차액을 쌓는 구조다. 이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면서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번 발표로 보험업권을 둘러쌌던 자본 규제 불확실성이 대부분 해소됐다. 남은 과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 구체화, 비급여 관리방안 등이 꼽힌다. 개별 회사 이슈로는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처리가 남아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IFRS17에 맞춰서 정상화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라며 "시간 끌지 않고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