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인프라' 블룸에너지 폭등…매각 후 냉가슴 앓는 SK에코플랜트
입력 2025.10.22 07:00
    취재노트
    전방 AI에 '수천조' 대기…SOFC, 부족전력 솔루션 부상
    SK에코, 블룸에너지 블록딜 3달 뒤 몸값 3배 껑충 뛰어
    매각 외 대안 마땅찮았지만 놓친 떡이 더 커 보일 상황
    협력 이어지겠지만…잔여지분 FI와 공동투자한 4.7%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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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가 관계기업 주식을 매각한 시점을 두고 아쉬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재무 안정을 위해 매각한 미국 블룸에너지 주가가 3개월여 만에 세 배 이상 치솟으면서다.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손해를 본 것도 아니지만 놓친 차익이나 사업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속이 쓰릴 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개월 동안 블룸에너지 주가는 320% 이상 올랐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주춤했으나 직전인 1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16.5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전방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몰리면서 연료전지 등 에너지 인프라 산업의 가치가 크게 부상한 덕으로 풀이된다. 

      블룸에너지는 세계 1위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업이다. SOFC는 단순히 만들어진 전력을 보관해 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달리 현장에서 발전부터 안정적 공급까지 책임질 수 있는 인프라 솔루션으로 통한다.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쏟아지면서 갈수록 발전원 확보, 전력망 관리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터라 블룸에너지의 사업 가치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회사는 최근 브룩필드와 최대 50억달러(원화 약 7조원) 규모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것보다 AI 데이터센터 부지 옆에 블룸에너지의 에너지 서버를 구축하는 게 경제적이다 보니 수주가 치솟는 중"이라며 "작년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수소 사업 관련 의지는 크게 꺾였는데, 미국 현지에선 지난 상반기 말부터 SOFC 같은 수소 연료전지 가치가 부상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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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여러모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다. 지난 7월까지 블룸에너지 지분 약 10.12%를 보유한 대주주였는데 주가가 폭등하기 직전 보유 물량의 절반 이상을 두 차례에 걸쳐 매각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블룸에너지 주식을 처음 매각한 건 지난 7월 11일이다. 당시 SK그룹 계열사들은 리밸런싱(사업 조정) 차원에서 관계기업 투자지분과 같은 비핵심 자산 매각이 한창이었다. 1차로 매각한 물량은 SK에코플랜트가 직접 보유하고 있던 블룸에너지 주식 1000만주(4.31%)로 주당 매각가는 27.6달러였다. 2021년 3035억원을 들여 확보한 지분을 4년 뒤 38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약 25% 수준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2차 매각은 8월에 진행됐다. 2023년 블룸에너지의 시리즈 B 투자유치에서 재무적투자자(FI)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와 함께 확보한 지분 중 일부다. 주당 23.05달러에 확보한 지분 1350만여주 중 약 260만주(1.1%)를 주당 42.28달러에 매각해 두 배 수준 차익을 남겼다. 실현수익은 투자주체인 현지 투자목적회사(SPC) 에코노베이션 지분율(51:49)대로 나눠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론적인 시각이라 해도 놓친 떡이 더 커 보일 상황이다. 두 차례에 걸쳐 매각한 지분 약 1260만주의 현재 시가가 2조1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SK에코플랜트 별도기준 순차입금의 절반 수준이다. 

      증권사 에너지 담당 한 연구원은 "두 차례 매각의 평균단가가 약 25달러 정도로 파악되는데, 두세 달여 만에 주가가 110불을 넘겼다"라며 "단순히 놓친 차익이 아깝다기보다도, 내부적으로는 사업 전망이 밝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재무불안 문제로 매각한 것이라 크게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지배력을 유지하지 못한 데 따른 잠재적인 기회손실도 함께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는 올 들어 반도체 인프라 중심의 종합서비스 기업으로 뱃머리를 틀었는데, 블룸에너지가 해당 영역에서 글로벌 핵심 밸류체인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2020년 블룸에너지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 블룸SK퓨얼셀은 SOFC의 국내 사업만을 담당하고 있다. 양사 기술 협력과 사업적 제휴는 이어지겠지만 기존에 보유했던 이사 선임권한 등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아직 SK에코플랜트는 현지 SPC 에코노베이션을 통해 블룸에너지 지분 약 4.71%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FI와 공동으로 투자한 지분인 만큼 언젠가는 회수에 나서야 할 물량으로 받아들여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유독 차입금 상환 부담이 몰리기도 했고, 그룹 차원 기조에 맞춰 리밸런싱 성과도 내야 해서 블룸에너지 지분 매각 자체는 불가피하긴 했다"라며 "블룸에너지 외에도 반도체용 특수가스나 산업용가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 그룹이 매각, 유동화한 자산들이 뒤늦게 가치가 오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을 때 레버리지를 일으킨 후폭풍이 길게 이어지는 형국으로도 보인다. 늘어난 차입금 금리가 만만치 않았던 것도 있지만 당시 FI에 7~9% 수준 보장수익률을 제시한 탓에 알짜 자산의 매각 시점을 조절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당장 재무적 성과와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맞바꿔야 했던 뼈아픈 결정 중 하나로 남을 거란 관전평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