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대어' 리브스메드, 피어그룹 체급 괴리 속 시장 '흥행 시험대'
입력 2025.10.22 14:22
    글로벌 의료기기 '빅3' 비교로 밸류 산정…체급 격차에 '고평가 지적'
    "높은 숙련도 요구 장벽"에는 "교과서 등재로 기기 수요 기반 확보"
    코스피 랠리 속 IPO 시장 회복세 '호재'…'재무·밸류 설득력'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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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리브스메드가 1조원대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세미파이브와 함께 올해 '코스닥 대어'로 꼽히는 가운데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적용된 글로벌 피어그룹의 적정성과 밸류 현실성을 두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리브스메드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 주식은 전량 신주모집으로 247만주, 희망 공모가는 주당 4만4000~5만5000원이다. 공모금액은 최대 1359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1조3560억원 수준이다.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의 핵심 변수로 공모가 밴드의 현실성이 꼽힌다. 리브스메드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대형사인 메드트로닉(Medtronic), 스트라이커(Stryker),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등 3곳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세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175조9351억원, 207조8033억원, 237조4593억원으로, 리브스메드와는 규모 차가 상당하다.

      이들 기업의 올해 반기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각각 27.1배, 49.1배, 61.4배로 평균 45.9배 수준이다. 이를 리브스메드의 2027년 추정 순이익(710억원)에 적용하고 25%의 할인율을 반영해 산출한 결과, 기업가치는 약 1조원으로 제시됐다. 

      다만 세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리브스메드의 공모가가 글로벌 낙관론을 일정 부분 선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은 "국내에는 유사한 기술기반 의료기기 상장사가 없어 글로벌 메이저를 피어로 삼는 것이 불가피했다"며 "시장 성장성과 기술력, 매출 구조를 감안하면 산정 방식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업계에서는 "매출 200억원대 기업이 글로벌 대형사의 멀티플을 그대로 적용받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피어그룹으로 제시된 세 기업은 연 매출이 수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의료기기 선도업체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리브스메드와 직접 비교하기엔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모가 산정의 신뢰성과 관련해 수차례 질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분명 유망한 기술기업이지만, 피어그룹과의 체급 차이에 따른 괴리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기업설명회(IR)에서 제시할 대응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느냐에 따라 흥행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리브스메드는 "시장 진입 단계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국내 유사 기업 부재로 글로벌 피어 적용이 불가피하다"며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인 만큼 향후 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브스메드의 주력 제품 '아티센셜'(ArtiSential)은 복강경 수술용 다관절 기구다. 기존 복강경보다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수동 조작이 복잡해 숙련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업 의사들 사이에서 '환자 입장에서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이점이 크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일반 복강경보다 조작 난이도가 높고 피로도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사용 장벽이 존재하는 만큼 빠른 확산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기기가 의료 교과서에 등재돼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수요 증가세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관사단은 공시에서 "향후 수술기구를 일회용 소모품 형태로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되면 반복 매출이 늘어나 외형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미국 헬스 트러스트 그룹(GPO) 공급망 진입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랠리와 맞물린 IPO 시장 회복세는 리브스메드에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상장 제도 개편 이후 명인제약, 에스투더블유 등 일부 공모주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하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3분기 신규 상장사는 16곳으로 전분기 대비 14% 늘었고, 공모금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코스닥 기업 중심의 중소형 IPO가 잇따르면서 기관 자금 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관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경우 일부 공모의 흥행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한 ECM 실무자는 "리브스메드는 코스닥 상장 기업 중에서도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고, 글로벌 인증과 공급망 진입 등 외형 확장이 이미 궤도에 오른 만큼 일정 부분 흥행이 기대되는 딜"이라면서도 "다만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재무 구조와 밸류 현실성 간의 간극을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