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합산 영업익 170조 예상한다는 외국계 증권사들
입력 2025.10.22 15:20|수정 2025.10.22 15:22
    UBS에 씨티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영업익 90조, 80조"
    국내 컨센서스와 20조~30조 이상 괴리…어느 분석을 따라야 하나
    사이클 판단 따라 시각차 있어도 평균은 실제 성적 부합했는데
    지금은 AI發 슈퍼사이클 초입…당분간 낯선 숫자들 쏟아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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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성적표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분석이 가보지 않은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양사가 내년 영업이익으로 170조원을 벌어들일 거란 추정까지 등장했다. 타당성을 떠나 낯선 수치가 연일 쏟아지는 광경을 두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장 분위기가 전해진다. 

      지난 20일 씨티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각각 80조1000억원, 81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전방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바뀐 수급 조건에 따라 양사 실적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직전 분석(약 61조5000억원)보다 눈높이를 20조원 이상 높였다. 

      UBS가 앞서 내놓은 수치는 더 공격적이다. 15일 UBS는 양사의 내년 영업익이 각각 94조원, 79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17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인데,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코스피 상장사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총액(약 196조원)에 맞먹는 규모다. 

      생전 처음 보는 숫자를 두고 투자업계에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의 양사 실적 흐름에 비춰봐도 그렇고 국내 증권가 분석과도 괴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22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Fn가이드 기준)는 59조6926억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부터 각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들이 전망치를 올리기 시작해 순식간에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018년 성적(58조8900억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도 다르지 않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조6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양사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각각 70%, 40%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선 이 정도 수치도 이미 충분히 낙관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방에 쏟아지는 투자안들이 예사롭지 않고 범용 제품 가격도 치솟고 있으나 통상규제나 경기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늘어난 전방 투자규모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나 가정치가 상당수 섞여 있다. 좋은 분위기를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비교적 냉정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수혜를 볼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도 하고, 방향 자체는 외사나 국내사가 동일한데 내년 영업익 90조, 80조 같은 수치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라며 "누군가는 크게 틀릴 상황인데, 국내 투자가들이 바깥 분위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라고 설명했다. 

      원래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장래 실적에 대한 증권가 분석에는 적지 않은 편차가 있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공급사들의 수율이나 웨이퍼 기준 생산능력, 공정 전환 계획부터 고객사 재고, 응용처마다 신제품 출시 일정, 글로벌 경기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수급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업황이 들쭉날쭉한 시클리컬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고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이라도 현재 사이클이 어디쯤에 있는지 잘못 파악하면 추정이 크게 빗나갈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전망치를 종합한 컨센서스는 대체로 실제 성적에 수렴하는 편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 전체 생산능력 변동과 실제 출하량, 가격, 재고 일수나 공정 계획부터 시장 수요 변화 등 정보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의 판단이 서로 다르다 해도 평균치를 크게 벗어날 일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연구원들마다 회사 IR 창구는 물론 대형 고객사, 유통업체, 시장 조사기관을 통해서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실적 발표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컨센서스 자체가 실제 성적으로 수렴해온 편"이라며 "지금처럼 외사에서 분석한 수치가 국내 컨센서스와 20조, 30조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 건 보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현재가 슈퍼사이클의 초입이되, 다가올 호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어서 그렇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6~2017년에도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중장기 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크게 벌어진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엔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데이터센터 증설 붐이 메모리 산업의 체급을 한 차원 위로 끌어올렸는데, 이번 가속기(GPU) 기반 러시에선 어느 정도의 변화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장기 업황을 가늠할 전방 조건들이 수시로 바뀌는 만큼 당분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양사 실적에 대한 낯선 분석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계 증권사 한 연구원은 "기가와트(GW) 급 AI 데이터센터 하나에 들어갈 반도체 수요를 감안하면 확실히 과거랑 사이클의 결이 달라지긴 했다"라며 "한정된 생산능력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것을 반영하면 이론상으로는 80조원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분석가마다 서로 다른 가정 위에 서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전망이 들쭉날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