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압박 커진 상황에서 '협회 격상' 논의 고개
협회가 한목소리 내기 유리하지만 부담도 늘어
PEF 규제 강화 반해 대립각으로 비칠까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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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협의회가 'PEF협회'로 전환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보다 단단한 조직을 갖춰 한 목소리를 내고 각종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내부 의견은 아직 엇갈리고 있다. 필요성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조직 구성에 데 부담이 작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PEF에 대한 관리감독 압박이 강화하는 시기에 협회 전환이 거론되는 것이 정부와 여당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PEF협의회는 총회를 열고 박병건 대신PE 대표를 9대 협의회장으로 선출했다. 박 신임 협의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사회적 책임투자(SRI)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조직의 역할과 구조를 재편하는 방향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협의회를 협회로 격상하는 안도 그 일환으로 거론된다.
PEF협의회는 2005년 친목회 형태로 시작됐다가 2013년 비법인사단 형태로 출범했다. 상설 사무 조직과 전담 인력, 예산이 없어 PEF 업계 전반의 고민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기엔 한계가 있었다. 주요 PEF 운용사가 번갈아가며 회장사 역할을 맡으며, 자사의 역량을 활용해 현안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협회 격상 문제도 오랜 화두 중 하나였는데 이번 신임 회장 선출을 계기로 다시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PEF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때다. 신임 회장도 '일부 운용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을 언급했다.
협의회가 협회로 바뀌게 되면 PEF 운용사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자율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게 된다. PEF 산업 발전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는가 하면 정부와 국회 등을 대상으로 규제 개선, 정책 마련 등 목소리도 낼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서도 PEF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아직 구체적으로 협회 전환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일단 협회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지부터 검토하자는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A 운용사 관계자는 "협의회는 과도기적 체제다 보니 이전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지속 발전 가능한 모델이냐 하는 논의가 항상 있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좀더 단단한 조직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 일각에선 PEF에 대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서늘한 만큼 함께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감독당국의 검사가 이어지고, PEF 규제 입법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려면 서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를 수행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PEF 협회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대 분위기도 있다. 크게는 같은 업계지만 작게는 경쟁사들의 집합체다 보니 더 끈끈한 조직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협회가 된다고 회원수가 크게 늘거나 업무의 실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과 예산 문제도 따른다. 상설 조직과 직원을 뽑아야 하고, 실익을 챙기려면 정부나 금융감독당국 출신 요인도 모셔와야 한다. 당장 이런 비용만 수억, 수십억원이 들 수도 있다. 결국 회원사가 갹출해야 할 금액이 늘어난다. 사모(Private)라는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B 운용사 관계자는 "협회 형태가 되면 사무실과 인력 구성을 갖추는 비용이 늘어나고 정부 산하에서 관리 감독을 받는 데 따른 제약도 커진다"며 "협회로 가자는 곳은 소수지만 목소리가 크고, 반대하는 곳은 수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입장차도 있다. 협회 차원의 지원과 대응이 더 필요한 것은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약한 중소형사지만 그간의 고민들은 대형사 위주로 진행돼 왔다. 일례로 2021년 기관전용 출자자(LP) 조건이 강화한 후 애를 먹은 것은 중형사인데, 정작 논의 과정에서 당국이 의견을 직접 청취한 것은 대형사뿐이었다.
한 PEF 자문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돈도 많고 네트워크도 많아 지금도 크게 힘든 것이 없다"며 "작은 곳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협회가 설립되는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 PEF협의회의 협회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고, 정부와 여당 주도로 각종 관리감독 및 규제 강화 정책과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면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뜻이 모인 단계가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먼저 권고하는 방향이 나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C 운용사 관계자는 "협회 전환 문제가 없는 얘긴 아니지만 공식화한 것은 없고, 현실화 여부도 의문"이라며 "정부와 국회에서 PEF 관리감독 강화 드라이브를 펴고 있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일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D 운용사 관계자는 "협회 격상을 두고 이제부터 논의를 할 것인데 어떻게 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국회와 갈등 구도로 가려는 것 같아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