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청구 임박' LS에식스, 주주친화책 진정성 논란 지속되는 이유는?
입력 2025.10.23 07:00
    이르면 이달 내 예심청구 전망
    추석 연휴 직전 사전협의 돌입에
    시간 흘려보내는 것 아니냔 비판
    주주친화책 진정성에 의문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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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S에식스솔루션즈가 코스피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와 공식 사전협의에 들어간 데 이어 이르면 이달 안에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복상장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회사는 주주친화책을 마련하겠단 입장이지만, 거래소와의 협의 과정에서부터 진정성엔 의문이 남는단 지적이 뒤따른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와 사전협의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의 경우 최소 일주일간의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만 해외 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최소 한 달간 협의 기간을 가진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1930년 미국에서 설립된 전신회사로 해외기업으로 분류된다. 

      상장 절차 규정상 LS에식스솔루션즈는 오는 31일부터는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빠르면 다음 주 안에 청구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선 LS에식스솔루션즈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 자회사의 IPO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많다. 

      회사는 이번 상장이 중복 상장 논란의 핵심인 모회사 기업가치 할인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에서 인수한 기업인데다 ㈜LS 연결 실적에서 에식스솔루션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5~6% 정도라고 밝혔다. 회사는 ㈜LS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ROE(자기자본이익률)를 8%로 끌어올리고, 배당금을 매년 5% 이상 증액하는 등 주주친화 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단 방침이다.

      사전협의 단계에서 ㈜LS의 자사주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기존 자사주까지 소각해야 할 경우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는 기업들엔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LS그룹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굉장히 쪼개져 있고, 가문도 나뉘어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단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자사주 처리 방안을 두고도 거래소와 회사 간 협의가 오갔다. ㈜LS는 지난 8월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고 현재 13.7% 정도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 1월에 자사주를 50만주 추가 소각, 자사주 보유 비중을 10%대로 떨어트리겠다고 했다. 

      상장 준비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사전협의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단 지적이 나온다. 

      공식 사전협의에 들어간지 불과 나흘 뒤, 7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이어졌다. 최소 한 달간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제도 특성상, 연휴 직전에 사전협의에 들어간 것은 사실상 시간을 흘려보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사전협의는 영업일이 아닌 단순 '한 달'을 기준으로 한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LS에식스솔루션즈와 관련한 자료들을 모두 출력해 연휴 기간 살펴봐야 했다"며 "회사가 의도했는지와는 무관하게 심리적으로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상장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 말하긴 어렵다. 다만 회사가 주주친화책을 전방위적으로 약속한 상황이기에 거래소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점을 찾으려 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추석이란 긴 연휴 기간에 심사역들에게 '숙제'를 내어 준 상황으로 비치기도 한다. 

      앞선 관계자는 "사전협의 단계에서 더 요청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회사 기조가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했다는 스탠스로 비친다"며 "만약 바로 다음 주에 예심 청구를 강행한다면 일정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다층 지배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LS→LS아이앤디→SEI→LS에식스솔루션즈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다. 상장 직후 보호예수는 직접 최대주주인 SEI까지만 걸려 ㈜LS나 LS아이앤디 지분을 매각하면 실질 지배력이 흔들리고, 주가도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거래소는 지배구조와 같이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사안들은 확약서를 통해 보완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일정 기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거나 지배구조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확약서로 공식 문서화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결국 미래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긴 어렵단 점에서, 가능하다면 확약서가 아닌 실제 이행된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단 입장도 내비쳤다. 다층지배구조 과정을 좀 더 단순화할 수 없을지에 대해 회사 측에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LS에식스솔루션즈는 검토해 보겠다며 따로 방도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번 IPO가 '중복상장'에 대해 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준점으로도 평가되는 만큼, 거래소 역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이 확장되며 변압기 사이클도 돌아오고 있는 등 지금이 상장을 위한 최적의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거래소도 민감할 시기에, 조금 더 긴밀히 협의했더라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월 마무리한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때 10억달러(약 1조427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이보다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LS 측은 "연휴 전 사전협의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선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예심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고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주 환원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