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산적 금융’ 전환 시험대…우리證, 조 단위 증자 가능성 거론
입력 2025.10.23 07:00
    비은행 강화·생산적 금융 전환 속 증권 자본확충 논의 본격화
    RWA 완화로 증자 여건 개선…종투사 도약 발판 마련할까
    대형사 격차 좁힐 조단위 증자 가능성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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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대규모 증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출범 당시 2027년까지 자기자본을 2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지주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우리투자증권 증자 규모를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논의는 임종룡 회장이 지난 29일 발표한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과 비은행 강화 전략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중 7조원을 자체 자금으로 집행한다. 세부 계획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우리투자증권 중심의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 주도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생산적 금융 투자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계열사는 우리투자증권이다.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비롯해 초기 스타트업, 스케일업,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의 성장기업에 맞춤형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산운용 3개사도 5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지만, 기업 자금조달의 통로 역할을 하는 증권업 특성상 우리투자증권의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출범과 함께 2027년까지 자기자본을 2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자기자본이 1조원대에 머물고 있고, 실적 개선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우리금융 내부에서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자본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그동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증자로 인한 자본비율(BIS) 관리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에쿼티성 투자 비중이 높고, 이들 자산에는 높은 위험가중치가 부여된다. 같은 1조원이라도 우리은행이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할 때보다 증권사를 통해 에쿼티성 투자로 운용될 경우, 연결 기준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데는 일정한 제약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RWA 산정 기준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금융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인 것이 변수다. 금융당국은 정책형 펀드에 대한 RWA 특례(현행 400%에서 100%로 완화)를 적용하고, 전략산업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 인하 등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해당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증권사에 대한 자본투입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관건은 규모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10위권에 안착하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의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본 규모에 따라 레버리지가 범위가 달라지면서 종투사 여부에 따라 IB·PF·대체투자 등 기업금융 경쟁력에도 뚜렷한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실제로 증권업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수행 가능한 사업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의 80% 이상을 상위 10대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이를 방증한다.

      최근 LG화학의 8000억원 규모 PRS(주가수익스왑) 계약 등 대형 IB 거래에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하지 못하면서, 안팎에서도 자본력의 한계를 체감했다는 후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지난해 2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1조1800억원 수준으로, 종투사 전환 기준인 3조원에 도달하려면 약 1조8000억원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1조원을 웃도는 증자안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들과의 자본 격차를 좁히고 그룹 내 비은행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증권 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우리금융과 우리투자증권 모두 증자에 조심스러운 입장인 만큼, 시장에서는 ‘1조원 안팎의 증자 가능성’ 정도만 거론된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는 단계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대형 증권사들은 종투사 여부를 넘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요건으로 하는 IMA(종합투자계좌) 인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IMA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의 레버리지 한도가 200%에서 300%로 확대돼 자금 운용 여력이 커지는 만큼, 향후 증권업계의 실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본격적인 증자가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측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건 맞지만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금액 및 시기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