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보다 낮은 이자…무이자 지원도
대기업 대부분 최대 1억원 지원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관련 금융권 대출 규제가 커지며 기업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사내 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사내 복지 차원의 대출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거란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집값에 따라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최대 2억원 등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등 규제가 이뤄진다. 또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며 주택가격의 최대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차주별 대출금리에 가산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하한도 1.5%에서 3%로 상향 조정돼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었다.
줄어든 대출 한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내 대출이 떠오르고 있다. 사내 대출은 기업들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대출 제도다. 사내 대출은 사내 복지기금 등으로 집행돼 DSR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금융권 대출 한도 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외에도 임직원 주거 안정 지원 명목으로 주거 대출상품 연계, 이자 보전 등의 복지가 존재한다. 다만 이는 금융권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는 방식이라 DSR과 LTV 등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친다. 즉, 개개인이 대출 금리는 낮출 수 있지만 총대출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
삼성그룹은 주거 안정 지원 복지가 존재하지만 세부 사항은 계열사마다 차이가 난다. 삼성물산 상사·리조트부문은 사내 대출을 지원하지만, 패션부문은 대출금 일부에 대한 이자만 지원한다. 삼성SDI와 삼성SDS도 대출 이자만 일부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관련 복지 제도가 없다.
이외에도 각 그룹사는 계열사마다 복지 정책에서 차이가 있다. 사내 대출을 제공하는 경우 이들 계열사의 최대한도는 대체로 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최대 1억원 한도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금리는 1.5%다. SK텔레콤도 사내 대출을 통해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금리는 1.2%며 10년 원금분할 상환 조건이다. SK에코플랜트는 근속 2년 이상 무주택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며 법정이자 연 4.6%는 전액 회사가 지원한다. 다만 주택임차·매매 대출은 가족 질병과 가족 부양 대출보다 우선순위가 낮아 최종승인이 쉽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최대한도 1억원의 사내 대출을 지원하며 금리는 2%다. 임직원의 대출 수요는 높지만 지원 요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근속연수, 무주택 기간, 부양 가족 수를 모두 고려해 종합 점수가 높은 순으로 선발한다.
LG전자는 2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융자를 지원한다. 최대한도는 1억원이며 금리는 2%다. 융자 기간은 최대 8년이다. 융자금 신청일 이전 1년 이내에 근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지원받을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대 1억원을 1% 금리로 지원한다. 상환 기간은 10년이다.
한화그룹은 사내 대출보다 대출상품 연계가 주를 이룬다. ㈜한화는 우리은행을 통해 최대 5000만원을 3.5% 금리에 대출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새마을금고를 통해 최대 8000만원을 10년간 지원한다. 금리는 4%지만 대출 금액의 절반은 무이자로 산정해 사실상 2%의 금리다. 금융권 대출이라 DSR과 LTV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회사에서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네이버는 회사가 지정한 은행에서 실행한 주택대출 중 2억원 한도 내에 연 1.5%(최대 월 25만원)를 최대 10년 동안 지원한다. 카카오는 지정 은행에서 받은 최대 1억5000만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이자의 2%는 임직원 본인이 부담하며 초과하는 금액을 회사가 지원한다.
사기업 외에도 한국은행,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내 주택자금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공기관도 사내대출 혜택을 보고 있다.
임직원의 사내 대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주거 복지를 내세운 기업의 록인(lock-in) 효과도 커질 거란 분석이다. 이직이나 퇴사를 할 경우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대안이 있지 않은 이상 임직원의 이동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택 구입 및 전세 계약 관련 무이자 사내 대출 한도를 직원당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했다. 사내 기금으로 집행되는 대출이라 DSR이나 LTV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직 여타 기업에서 두나무와 같이 사내 대출 한도를 증액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업의 사내 대출 복지 수요가 늘 것"이라며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경쟁력 있는 인재 유입을 늘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