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떠안은 시흥 시화MTV 물류센터, 높은 공실률 속 EOD 발생
입력 2025.10.24 07:00
    10월 17일 EOD, 대주와 만기 연장 불발
    KB증권, 할인매각 대신 보유전략 선택
    자기 신용 인수확약 구조로 차환 지속
    준공 후 NOI·DSCR 부진에 회수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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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투자한 시화MTV 물류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준공 이후 공실이 장기화된 가운데, 후순위 대주인 하나캐피탈이 추가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다. 자산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돼 담보 회수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화MTV 사업은 경기도 시흥시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내 연면적 약 4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4500억원으로, KB증권이 선순위 2665억원을, 하나캐피탈이 300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 시공은 DL건설이 맡았다. 사업 시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진행됐으며, 지난해 준공을 마쳤다.

      하나캐피탈은 이번이 세 번째 만기 도래였지만 추가 연장을 거부했다. 두 차례 만기를 연장한 뒤에도 임차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점을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준공 후에도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자 입장에서 추가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자비용이 누적되는 상황에선 조기 회수가 합리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요타코리아가 일부 층을 임차 중이지만, 나머지 공간은 대부분 공실 상태다. 준공 당시 감정평가 기준 자산가치는 약 4500억원이었으나, 시장에서는 임대율을 감안할 때 절반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담보인정비율(LTV) 개선이 더딘 데다, 현금창출력(DSCR)도 1배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SPC는 10월 17일자로 공식적으로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받았다.

      앞서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이미 해당 프로젝트의 차환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서는 시화MTV는 만기 도래 시 KB증권의 사모사채 인수확약(2660억원 한도)에 의존해 유동성을 확보해왔기에 임대율 제고 지연 시 차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EOD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EOD 발생 후에는 공매 절차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수익자·시공사·대주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즉각적인 공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익자 동의 없이 강제 매각이 불가능하고, 시공사인 DL건설 역시 자산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주단은 매각, 리파이낸싱, 자산운용사 매입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두고 협의 중이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시화MTV는 우량 임차인과의 계약이 체결돼 있고, 추가 임대가 진행되면 최초 밸류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주단 및 시공사와 협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이미 충분한 충당금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KB증권이 당분간 '버티기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본다. 할인 매각을 진행할 경우 손실이 확정되면서 인사 시즌에 회계상 충당금이 실현손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매 절차가 진행되면 선순위 자산 회수율도 떨어질 수 있어, KB증권이 시간을 벌어 임대율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임대 마케팅과 임차료 조정이 지연되면서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프로젝트의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 PF자산 전반의 만기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로 본다. 증권사가 '건전성 관리' 명분으로 버티는 동안 자산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선순위라 해도 임차 수준과 NOI가 받쳐주지 않으면 회수 가능성을 단언할 수 없다"며 "셀다운(기관 매각)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했는데 기관 펀딩이 실패하면서 증권사가 사실상 잔여 리스크를 떠안은 형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