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홈플러스에 법정 이자 꽉 채워 회생채권 신청한 메리츠
입력 2025.10.24 07:00
    메리츠 홈플러스 대상 1.3兆 담보대출
    1년만에 원금·이자·수수료 포함 2560억 회수
    법정관리 직후 기존 원금보다 많은 회생채권 신청
    MBK vs 메리츠 줄다리기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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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법원에 대출원금(1조3000억원)이 넘는 회생채권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 대출금을 최초로 인출한 이후 원금과 이자를 합해 지금까지 25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이자비용을 끌어올려 채권을 신고하며 이익률을 극대화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일진 아직 미지수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이 서울회생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 규모는 총 1조3028억원이다. 미상환 대출금 1조2166억원에 미지급 이자 861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미지급 이자 861억원은 메리츠와 홈플러스의 계약에 의해 책정된 조기상환 내부수익률(IRR)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역산됐다.

      메리츠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시점인 올해 3월 기준으로 대출원금 약 1조2166억원에 조기상환 IRR 기준(11.5~13%)에 해당하는 미지급 이자를 최초 1069억원으로 책정하고, 법정최고이율(연 20%)를 초과하는 208억원을 공제해 861억원의 미지급 이자를 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그룹(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3000억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표면금리는 8% 고정금리였지만 인출수수료와 취급수수료, 조기상환수수료 등의 조건이 추가적으로 붙어있다.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는 기간에 따라 메리츠의 내부수익률 11.5~14%가 충족되도록 설계된 구조다. 홈플러스가 만기 전에 원금을 상환할 경우에도 내부적으로 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방식인 셈이다.

      메리츠는 대출 실행 이후 약 1년만에 원금 약 1348억원, 이자 748억원, 수수료 명목으로 465억원을 수취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고 매각절차를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7월에도 점포(신내점) 매각을 통해 515억원을 조기변제 받기도 했다.

      물론 해당 계약은 홈플러스 측과의 협의에 의해 성립됐고 현행법에도 저촉되진 않는다. 다만 채무자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황에서, 최대 채권자가 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는 모습에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용범 메리츠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신청돼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감 당일 정무위가 증인 신청을 철회하며 김 부회장은 결국 국감장에 서지 않았다. 정무위는 당초 메리츠그룹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해 과도한 금리와 수수료, 홈플러스 대출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거둔 정황 등을 집중 질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가 이자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회생채권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진 미지수란 평가다. 통상적으로 법원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이후 책정되는 이자는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채권자의 재량으로 채권 규모를 신고할 수는 있지만 결론적으론 법원의 최종 판단이 우선한다.

      법원 한 관계자는 "채권 신고 금액을 법원이 모두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정 최고 이율을 적용해 채권규모를 신고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를 인정할 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채무자 회사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그룹과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MBK 측은 원금을 일부 상환받았고 메리츠그룹이 추후 원금 손실의 위험성도 낮기 때문에 일정부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리츠그룹은 MBK파트너스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후 MBK의 자구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경영권 매각 방식을 공개매각을 전환하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양측의 갈등 상황이 매각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