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PE 손잡은 HD현대, 韓美 관세협상 지연에 MASGA 펀딩도 안갯속
입력 2025.10.24 07:00
    MASGA로 韓美 관세협상 물꼬 텄지만
    세부내용 협의 지연에 펀딩도 공회전
    HD, 산은PE 손잡았지만 안팎 불확실성
    관세협상 마쳐야 본격적으로 나설 듯
    한미 불평등 합의 시 실익 없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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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한국은 대통령이 공석인 가운데 미국과 관세협상을 진행하며 고전하고 있었다. 활로를 뚫은 것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위해 조선업 부흥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7월말 한미 관세협상은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다.

      MASGA 프로젝트를 위해선 우리 조선사들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HD현대도 적극 힘을 보탰다. 지난 8월말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 시기에 맞춰 미국 투자사 서버러스캐피탈(Cerberus Capital),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와 산업은행 등이 출자자(LP)로 나서 만든 펀드를 서버러스가 운용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서버러스는 2022년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인수해 경영한 경험이 있고, 미국 정부와 관계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MOU 체결 후 2달이 되어 가지만 HD현대의 MASGA 펀드 윤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HD현대는 산업은행에서 PE실과 손을 잡았는데 갈 길이 멀다. HD현대와 산업은행PE실 모두 수천억원 이상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거론되는데 당장 PE실이 실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 내부의 의사 결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PE실이 앞장서지만 실제 자금을 지원하려면 HD현대의 익스포저를 관리하는 기업금융부문과 공조해야 하는데 사전 협의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업금융부문에서 우려를 표했고 구속력 없는 형태의 MOU가 체결됐다. 아직 불투명한 것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관세협상 '각론'을 조율하는 작업이 늦어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00억달러의 현금을 선불로 지불하라 주장한 후 절충점을 찾기 위해 협상해 왔다. 대미 투자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출자하고 나머지는 신용보증으로 돌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합의가 늦어지면서 그에 딸린 세부 프로젝트 계획을 짜는 것도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MASGA 띄우기에 분주하던 정부도 9월 들어서는 기업들에 언급을 자제하라 요청한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결론이 도출될지 관심이 모인다.

      HD현대 측은 "서버러스와 공동 투자프로그램이 어떤 자금으로 어떻게 운영될 지에 대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관세협상이 끝나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ASGA 프로젝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투자 MOU를 맺었다. 이익 배분 등 중요 의사결정권은 미국에 있는 반면, 손실이 나면 일본이 대부분 지는 구조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돈만 대고 운용에는 관여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조선담당 연구원은 "MASGA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미국은 관련 데이터 통제를 바랄 것이고, 이를 위해 투자 펀드도 직접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군함 협력이 가동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HD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 공을 들였는데 지난 8월말엔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화 측 MASGA 펀드 및 자부담 규모가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협력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오션 측은 "MASGA는 정부 대 정부 사업이라 위에서 풀려야 기업도 움직일 수 있다"며 "국책은행과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