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PO보다 리츠 상장 전환 무게
리츠 전환시 재투자 가능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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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스타필드 하남점 유동화를 미루고, 후순위로 계획돼 있던 스타필드 고양점 유동화를 앞당겨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남점 리캡(자본재구조화) 이후 일정이 늦춰지면서, 후순위로 분류됐던 고양점이 앞당겨졌다. 유동화 방식은 당초 검토하던 일반 기업공개(IPO)가 아닌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와 국민연금은 스타필드 고양 자산 유동화 방안을 두고 초기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에 우선주 형태로 약 50%를 출자하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은 2016년 신세계투자개발의 '고양프로젝트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법인이다. 지분은 신세계프라퍼티(보통주 51%)와 이지스자산운용 펀드(우선주 49%)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593억원,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투자 초기 단계에서 신세계와 국민연금 측은 다양한 회수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와 SPC법인 지분 매각(셰어딜), 실물자산 매각(에셋딜) 등이 논의되는 등 여러 가능성이 검토됐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초기 논의에서는 부동산 특화 구조인 리츠 상장이 일반 기업 IPO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일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초기 단계라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우선 순위였던 기업 IPO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일반 제조·소비재 기업과 달리, 부동산 자산을 보유·운영하는 법인의 경우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업 IPO로 접근할 경우 대부분 에비타(EBITDA) 멀티플 기준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부동산 운영법인의 현금창출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며 "신세계와 연금 모두 광주신세계처럼 직상장을 시도하는 대신 리츠 상장을 통한 유동화가 현실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운영 법인이 일반 기업 형태로 상장한 사례는 드물다. 광주신세계가 성공사례로 거론되지만, 시장 상황과 자산 특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다. 한 IB 관계자는 "현재 리츠 시장은 제도적 인센티브가 커진 상태라, 기업 상장보다 리츠 구조가 오히려 실질 밸류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와 연금이 리츠 전환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는 배경에는 세제 감면과 배당 안정성이 있다. 리츠는 부동산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가 면제된다. 펀드와 달리 감가상각분까지 배당에 반영할 수 있어, 세후 배당수익률이 일반 부동산펀드 대비 높게 나타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리츠 전환은 '재투자' 명분을 세우기 용이하다. 기존 펀드 비히클에서 리츠 비히클로 자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투자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내부 수익률(IRR)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은 협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연금 국내 부동산투자 조직 내부가 다소 어수선해졌고, 신규 투자나 회수 결정을 최대한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앞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금은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이번 고양 프로젝트 역시 급하게 매각하기보다 리츠 전환을 통해 단계적으로 회수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 스타필드 자산 유동화 순서를 하남-고양-안성-수원 순으로 예상했었다. 하남 유동화는 지난 하반기 리캡과 배당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다. 터브먼과의 협의는 시장 회복을 지켜보며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고양점 유동화는 신세계그룹 리츠 전략 전환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이 회복된다면, 하남을 포함한 전체 스타필드 포트폴리오가 단계적으로 리츠 구조로 편입될 가능성도 높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주요 복합몰의 지분 구조를 유사한 형태로 설계해왔다. 각 점포별로 국민연금, KT&G, 터브먼, 블랙스톤 등이 참여해 자본을 조달했다. 그만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여 순차 유동화가 전제된 구조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리츠 형태로 스타필드 자산을 돌리면 향후 수원, 안성 등 후속 프로젝트에도 동일한 구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