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모'·짧은 접수기간…BNK 절차 투명성 도마에
NH투자증권 때도 불거진 '절차 논란'…금감원, 다시 개입 시그널?
지배구조 개선 vs 관치금융…다른 금융지주로 번질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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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금감원이 수시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불거졌다. 취임 직후부터 금융지주 인사 절차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명분에 입각한 일반적인 감독인지, 현 정부식 관치의 시작인지 의도를 읽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를 지적한 데 대해 "절차적으로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여 계속 챙겨보고 있다"며 "필요시 수시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BNK금융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빈대인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사회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접수를 진행한 뒤, 16일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했다. 다만 절차 개시 이후 열흘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경영승계 절차가 시작됐음을 알리면서 '깜깜이 운영'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추석 연휴 직전 시점에 후보 접수를 진행해 실제 지원 준비 기간이 영업일 기준으로 4~5일에 불과했던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한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은 사측 입장에서는 외부후보군 몇 명을 걸러낼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 수위를 단순한 '경고성 멘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금감원에서 BNK금융 담당 검사역(RM)들이 선임 절차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출신 한 관계자는 "발언 수위를 봐서는 금감원 RM들이 절차적으로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료를 받아보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문제 소지가 발견될 경우 수시검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이 지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절차 논란'이 불거졌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에도 금감원이 절차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사회 일정에 영향을 준 바 있다. 이번에도 BNK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유사한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24년 3월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수시검사에 이어, NH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정기검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했다. 금감원은 당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 과정과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적정성,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점검하며 내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이 실제 검사에 착수할 경우, '관치 개입'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신임 원장이 첫 행보로 금융지주 인사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릴 경우,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감독당국의 과도한 개입'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원장의 이번 발언을 취임 초기부터 감독 기조의 방향성을 드러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된다. 금감원이 사전적으로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겠다는 '선제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BNK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3연임 등 장기 집권 구조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BNK금융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한 이후, 매년 연말 금융지주사와 은행으로부터 이행 현황을 제출받고 있다. 또한 모범관행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수정·보완 내용을 제출받는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BNK 사안을 계기로 지배구조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들도 회장 선임 절차를 재점검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내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지, 해당 내용에 맞게 승계 절차가 운영됐는지 여부 등을 살필 예정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후보군을 추천받고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및 내부 후보군 간의 차이가 없는지, 정보의 비대칭이 없었는지, 이사회 평가에서 검증 체계가 잘 마련돼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