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마법의 공간'에 칼빼든 지자체…메자닌층 결국 '행정제재'
입력 2025.10.24 10:09
    부천시 오정구, 쿠팡 메자닌층에 행정조치
    "임시 구조물 아닌 고정식으로 위반 건축물"
    규제 사각지대 메자닌층, 정부·지자체 규제 시작?
    전국 100여곳 쿠팡 물류센터, 대부분 메자닌층 운영
    제재 대상 확대하면 쿠팡發 임차 수요 증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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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과 관련해 경기도의 한 지자체가 행정제재에 돌입했다.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대형 물류창고 내 일명 '메자닌(Mezzsnine)'층을 만들기 위한 '적층식랙(Multi-tier rack)' 구조를 문제 삼아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해당 제재가 각 지자체로 확산할 경우 쿠팡 물류 사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청은 최근 쿠팡에 행정조치 계획을 전달했다. 해당 지자체 내 쿠팡이 운영중인 물류센터에 설치된 적층식랙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이유에서다. 층고가 높은 한 개의 층에 적층식랙을 사용해 분리하면 실질적으론 1.5~2배가량의 면적을 사용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선 이런 '적층식랙'을 사용해 조성한 공간을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의 사이층을 의미하는 일명 '메자닌(Mezzanine)'층으로 불린다.

      그동안 메자닌층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마땅한 규제가 없다보니 물류센터를 임차해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선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해왔다. 실제로 적층식랙을 바닥에 고정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즉 임시구조물로 설치할 경우엔 건축법 시행령(제 46조 방화구획 등의 설치)에 따라 방화구획 설치 등과 같은 기준을 완화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쿠팡 물류센터는 적층식랙이 해체와 이전이 불가능하도록 설치된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 행정제재에 나서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해당 공간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한 후 작업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구청 측은 쿠팡이 내달 초까지 시정 명령에 따르지 않을 시 2차 시정 명령과 더불어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쿠팡은 해당 조치에 대한 가처분신청, 행정심판에 이은 본안소송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대관력을 총 동원해 지자체에 회사의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단 계획이다.

      쿠팡은 전국에 100여곳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보유해 운영하는 곳 또는 장기 임차를 통해 운영하는 곳 등 형태는 다양하다. 

      쿠팡은 오정구에 위치한 물류센터 외에도 전국 각지에 흩어진 대부분의 물류센터에 메자닌층을 설치해 운영중이다. 쿠팡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해 사용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메자닌층은 현행상 하나의 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임시 공간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 공간에 비해 임차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번 오정구청의 제재 사례를 계기로 메자닌층이 개별 지자체의 행정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면 물류센터 업계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국에 100여곳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운영중인 쿠팡은 기존 물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신규 물류센터 건립하거나 새로운 창고를 임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물류센터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단 점은 변수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엔 물류센터가 밀집해 있다. 최근 경기도청은 물류센터 건립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류센터 난립을 막고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보장하겠단 취지로, 용적률 규제는 물론 건축물의 높이와 길이, 정온시설(주택지·학교·노유자시설)과의 이격 요건 등을 강화하는 추세다. 경기도권에서 신규 물류센터 건립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쿠팡발(發) 대규모 임차 수요가 발생할 경우 기존 물류센터들의 매매가격 또는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