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해킹사고, 12년만의 신용등급 상향 기대에 찬물
입력 2025.10.24 14:34
    등급전망 '긍정적' 상향…한달만에 해킹사고
    통신 3사 '2노치 차이' 격차 좁힐 기회 멀어져
    "단기 이벤트로 등급 변동 가능성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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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유플러스가 서버 해킹 피해를 인정하며 사이버 보안 당국에 공식 신고했다. 최근 실적 호조를 이유로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제기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시장에서는 해킹사고에 따른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단기적으로 채권금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LG유플러스 105-3' 회사채는 이날 오전 장외시장에서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금리 대비 34.6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해킹사고 이후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LG유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해 등급 상향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고, 차입 부담이 완화된 점이 반영되면서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상당 시간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년간 신용등급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경쟁사들과의 신용등급 격차를 좁힐 기회라는 평가도 나왔다. SK텔레콤과 KT가 여전히 'AAA' 등급을 유지하는 가운데, LG유플러스만 'AA' 등급에 머물러 있어 등급 격차를 한 노치(notch)로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그간 신평사에 통신 3사 내 등급 격차 축소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통신시장의 후발주자지만 통신 3사로서 과점 체제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두 노치 차이는 과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오랜 입장이다. 실제로 2019년 5세대이동통신(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무선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었으며,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됐다.

      그런데 해킹사고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7월 화이트해커의 제보를 통해 해킹 정황이 처음 알려졌으나,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자체 점검 후 사이버 침해 정황이 없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고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해킹 사실을 실제로 인지했으나 석 달여가 지난 후에야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며,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해킹사고가 즉각적인 신용등급 변동 요인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부 조사와 신고 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보호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과징금 등이 재무지표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규모가 큰 회사인 만큼 일회성 과징금이 등급을 흔들 가능성은 낮다"며 "SK텔레콤은 8월 해킹 보상으로 통신요금 반값 할인 등 실제 현금 유출이 있었고, 3분기 적자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LG유플러스는 아직 금전적 손실이 가시화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평사 연구원은 "해킹사고가 있었지만 아직 재무적 충격으로 이어질 만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통신 3사 모두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 이벤트로 등급이 변동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연말을 맞아 인사 개편과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 만큼 변동 가능성은 가장 낮다는 평가다. 또 3년 만에 전격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전체 인력의 약 5.7%에 해당하는 6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위해 약 1500억원을 투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의 조직 슬림화가 전사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라며 "LG유플러스도 해킹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