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테슬라 파트너십 가속화…서서히 올라가는 파운드리 가치
입력 2025.10.27 07:00
    늘어나는 테슬라 일감…공급망 분산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테슬라 생태계 통합할 AI6 협력 앞두고 자연스러운 수순 평
    "2등 파운드리 키워낼 전략적 필요성" 두고 이해관계 일치
    AI發 슈퍼사이클에서 삼성 비메모리 가치 재평가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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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반도체 협력이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양사 이해관계가 점차 맞물려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선 오랜 기간 가려져 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가치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개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TSMC가 단독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이지만 삼성전자에도 협력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I5는 지난 7월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발주한 AI6의 직전 세대 칩이다. 

      이번 수주 소식을 두고 단순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추가 일감을 확보했다는 것 이상의 평가가 뒤따른다.  

      반도체 산업에서 테슬라 위상은 '완성차 업계의 애플'로 비유된다. 칩 생산을 제외하면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건 물론, 자체 연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수직계열화에 강점을 보여온 덕이다. 반도체 내재화는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째 엄두도 못 내는 영역이다. 테슬라가 사실상 글로벌 톱티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중 하나이자 파운드리가 놓쳐선 안 될 큰손이라는 얘기다.  

      테슬라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부분적으로 엔비디아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머스크 성격상 엔비디아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 지난 7월 삼성전자에 발주한 차세대 칩 AI6도 차량용 완전자율주행(FSD) 구현 외에 로보틱스(옵티머스), 슈퍼컴퓨터 도조(Dojo), AI 데이터센터에서 활용이 가능한 반도체로 알려진다.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려면 각 영역마다 엔비디아에 천문학적인 마진을 보장해 줘야 한다. 테슬라가 발을 걸친 모든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줄 자체 칩 생태계를 삼성전자와 함께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에 점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 의존도 완화를 위한 대안을 넘어서 테슬라의 중장기 전략 카드로 부상하는 셈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테슬라라 해도 단순히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자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발만 걸치고 있을 순 없다. AI 시장이 바뀌는 속도를 감안하면 헤지 비용을 과도하게 지불하는 것이다"라며 "절대적인 수주 경험이 부족한 2등 파운드리를 키워내야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고 삼성전자와 테슬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과정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당장 양사 협력의 성패를 따지기는 이르다. 반도체업계에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TSMC 격차는 여전히 아득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파운드리 사업부 가치가 계속해서 재평가되고 있다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테슬라와의 협력을 이어가는 동안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노하우와 추가 영업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들어 테슬라 외에도 AI 시장 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관측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AI에 막대한 투자 계획이 쏟아지면서 칩 확보부터 인프라 구축 전반으로 공급망 다변화, 분산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현재 산업 전체 생산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변화가 예상되니 엔비디아, TSMC 외 대안들이 재발견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 둘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가 삼성전자 주가에 반영될 시점에 대한 전망도 오르내린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해 10만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같은 비메모리 사업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실적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비메모리 가치가 반영될 시점에는 더 큰 폭의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전해진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지금도 파운드리 가동률을 올리고 적자가 줄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주가에 비메모리가 기여하는 역할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며 "분석가마다 시각은 다르지만 이번 사이클에서 늘어날 전방 AI 투자가 비메모리 가치 재평가를 앞당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