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행동주의, 안에선 국민연금…"심각한 저평가" 뭇매맞는 LG화학
입력 2025.10.27 07:00
    국민연금 LG화학 중점관리기업에 등재
    상반기 5곳 선정, 대기업 군 등재는 이례적
    "기업가치 제고방안 내놔라" LG화학 저격한 팰리서캐피탈
    투자자들 이목 끌며 반짝 반등…반전 계기 될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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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그룹을 지탱하는 한 축인 LG화학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기업 가치가 수년째 하락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결국 투자자들이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기업 가운데선 이례적으로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대상기업에 등재했고,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운용사인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은 '심각한 저평가'를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연금공단은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대상기업에 등재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제3편)에 따라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수탁자 책임활동(비공개대화, 비공개·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을 실시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기업'에 등재하기에 앞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비공개대화 대상기업을 선정하는데, 비공개 대화로도 회사의 중점관리사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약 1년 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한다. 이후 선정연도 말까지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주주제안 등 적극적 활동에 나선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LG화학을 단순투자기업에서 일반투자목적기업으로 전환하며 주주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중점관리사안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배당정책 ▲임원보수한도 적정성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또는 주주권익 침해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개선이 없을 경우 ▲기후변화 또는 산업안전관련 위험관리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現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할 당시 반대표를 행사했고, 올해 주총에선 신학철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LG화학을 중점관리기업으로 등재한 배경으론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이후에도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마땅한 제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단 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내리막이었다. 화학 산업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이어진 요인이 크지만, 지분 약 80%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가치 하락은 사실 주력사업의 부진이 가장 큰 배경이지만, 회사 자체적으로도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며 "그룹차원에선 각 계열사 분할 재상장을 모두 마쳤고, 경영권 승계 이슈도 없기 때문에 개별 계열사 주가 자체에 신경을 쓸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LG화학의 시가총액(약 28조원)은 보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약 110조원)의 지분 가치(약 90조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복 상장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도 분명 작용하지만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단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발빠르게 나선 주체는 역시 행동주의펀드였다. 과거 삼성물산과 SK스퀘어 등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공세에 나선 바 있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운용사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약 1% 지분을 보유했다고 밝히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역시 기업가치가 심각한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구체적으론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일부매각, 이사회 개편, 자사주 매입 및 지속적인 주주환원 실시 등을 제안했는데 사실 과거 삼성물산과 SK스퀘어 등에 제안한 내용과 큰 차별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팰리서캐피탈의 주식 보유 소식이 전해지자 LG화학의 주가는 모처럼 큰 폭으로 반등했다. 과거 주당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에 등극한 2021년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5월 18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기록한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약 40만원)는 현저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진 지켜봐야 한다. 지난 2023년까지만해도 최대 50% 육박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의 비중은 현재 30%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회사의 배당성향(2023년~2025년)도 기존 30%에서 20%로 어지면서 기관들이 투자할 유인이 줄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이목을 끌 마땅한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 변수로 주가가 반등하는 현상이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주가 상승은) 최근 들어 LG에너지솔루션 주가의 가파른 상승, 팰리서캐피탈이 트리거가 돼 투자자들이 LG화학에 잠시 주목하게 된 점, 그리고 코스피의 역대급 상승장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LG에너지솔루션을 지분 활용 방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고, 사업 재편 및 주주환원책의 변화 등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LG화학이 기나긴 저평가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고 확언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고 나선 팰리서캐피탈, 그룹 내 단 2명뿐인 부회장단인 신학철 부회장을 반대했던 국민연금의 최근 움직임은 인사철을 앞둔 LG그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하는 임원은 사외이사 1명뿐이다. 다만 대내외 투자자들의 거센 공세와 더불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까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11월 말로 예상되는 정기인사의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단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