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현대해상 등 배당 재개에 관심
증권가에선 "배당 재개 시점 확인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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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상장 보험사들의 배당 재개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규제 완화로 이어지더라도 업황 자체가 악화하는 상황이라 배당 재개 시점을 예측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 완화를 위해 관련 수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개선 필요성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자의 계약 해지에 대비해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이다. 해약환급금이 보험부채보다 많을 경우 그 차액을 적립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들의 배당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꼽힌다. 보험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결산 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상장사가 더 많았다. 작년 말 기준 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이 결산 배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적립해야 하는 탓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내도 배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업할수록 준비금 적립액이 커지는 구조로 배당 재개 시점을 확언하기도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전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이 대량 인출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인데, 킥스 비율 등으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규제 완화로 적립 비율 등이 낮아지면 당연히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영하는 보험업계와 달리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로선 규제 완화 시기 및 수준을 예측할 수 없고,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본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선 쉽사리 배당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국은 자본제도 강화를 유예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증자의 위험이 유예되는 것일 뿐, 배당가능이익 확보나 실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며 "현재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보험사는 지속적으로 배당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보험사가 적립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은 회사마다 수조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0조5000억원이다. 작년 3월 말에는 37조1000억원 수준이었는데 1년새 48% 증가한 것이다.
최근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킥스 비율이 170% 이상일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이 기존 100%에서 80%로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관련해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아 한 차례 완화한 바 있다"며 "추가 완화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배당주가 배당을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보험주는 시장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보험지수는 1.15%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1.1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주의 최대 장점이 배당인데 이를 하지 못하니 주가가 힘을 못 쓸 수밖에 없다"며 "제도 완화가 현실화되더라도 배당 재개까지 수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