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HLB 코스피 이전상장 희비, 美 FDA 허가에 갈렸다
입력 2025.10.28 07:00
    12월8일 임시 주총 통해 이전상장 의결 계획
    美 키트루다 큐렉스 허가로 안정적 매출 확보
    간암 신약 美 허가 불발 HLB는 이전상장 미뤄
    거래소 "실체없는 바이오社 많아…잘 살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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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여부가 바이오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희비를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다. 미국 FDA 허가는 바이오 기업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입장표다. 허가 여부에 따라 기업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경영 전략에서 미국 FDA의 중요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12월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아직 이사회 승인이 나지 않았으며, 이는 내달 초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이유는 몇몇 주주들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이전상장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알테오젠 역시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FDA가 지난 9월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를 허가한 점도 이전상장 논의에 불을 지폈단 분석이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MSD의 키트루다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는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기술이 적용돼 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서 오랜 시간 투여해야 하는 정맥주사(IV) 형태의 의약품을, 환자가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제형으로 변경하는 기술이다.

      MSD는 기존의 키트루다를 새로운 제품인 키트루다 큐렉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특허 만료가 다가오고 있어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편리한 제품을 내놓거나, 특허를 더해 제품의 독점 판매 기간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유방암, 위암 등 수많은 암의 치료제로 쓰이는, 연간 매출 40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MSD가 대체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알테오젠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창구를 확보하게 된다. MSD는 키트루다 큐렉스가 기존 시장의 30~40%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알테오젠이 수령할 기술료 비율을 한 자릿수로 예상했을 때 수천억원의 기술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바이오 기업은 제품의 임상 단계, 지역별 허가 여부 외 수익 일부를 기술료로 수령한다.

      알테오젠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시점을 고려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미국 허가 이후로 잡은 모습이다. 앞서 미국 FDA의 키트루다 큐렉스 허가 발표 직후 주관사를 선정하며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수익 발생이 일정치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도 미국 허가를 기다리던 지난 8월 "(이전상장은) 내부 정비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알테오젠보다 한발 앞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식화한 HLB는 미국 FDA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해 계획했던 사업 전략을 추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HLB는 간암 신약의 미국 허가와 함께 코스피 이전상장을 준비했지만, 미국 FDA의 허가가 불발되고 신약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코스피 이전상장도 중단된 상황이다. 회사도 허가 이후 기업 가치가 개선됐을 때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미국 FDA의 허가 여부가 바이오 기업이 실제 가치를 지녔는지를 판단하는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신약 개발 기업 중 눈에 보이는 제품, 공장이 없는 곳도 많아 미국 FDA와 같은 규제기관의 인·허가 여부가 가치 판단 척도란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실체 없이 상장하는 기업이 많다"라며 "이전상장 추진 기업에 대한 기존의 시장 평가 외 면면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