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준 AIㆍ체면세운 IBㆍ세대교체 부동산...미래證 인사에 담긴 함의는
입력 2025.10.27 17:46|수정 2025.10.28 10:48
    IB 통합 사업부 신설…조직 전반 역량 강화 의지
    부동산금융은 세대교체 인사, 내부 재편 신호탄
    AI·연금사업 확대하며 미래 성장축 '키우기'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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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향후 리테일과 트레이딩을 아우를 인공지능(AI)부문에 대한 힘 실어주기와, 지난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전통IB(기업금융)에 대한 안배가 눈에 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 중심 논공행상도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금융(IB2부문)에서는 비교적 젊은 본부장이 부문 대표로 선임되며 세대교체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김미섭-허선호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향후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둔 인사란 관전평이 나온다.

      지난 24일 미래에셋그룹은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총 15명의 임원이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IB부문이다. IB1부문과 IB2부문을 총괄하는 상위 조직인 ‘IB사업부’가 신설됐다.

      IB1부문을 이끌어온 강성범 부문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통합 IB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 기존에 사장급 인력이 배치된 사업부는 트레이딩사업부와 혁신추진단 두 곳뿐이었던 만큼, 이번 조직 신설의 무게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IB부문의 경우 해외자산 부실화 및 인력 이탈로 최근 2~3년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회사 미래 전략 상 향후 IB보단 자산관리(WM)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이 득세하며 내부 직원들이 사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내외부에 'IB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개편의 핵심은 두 IB부문 위에 통합 사업부를 둔 점”이라며 “조직 체계가 사업부–부문–본부 순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이번 변화는 IB 역량 강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통IB를 담당하는 IB1부문과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IB2부문의 희비는 엇갈렸다. IB1부문은 강성범 사장의 뒤를 이어 성주완 전 IPO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부문 대표를 맡게 됐다. IB1부문은은 지난해 대비 20~30% 수준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부동산금융이 주력인 IB2부문은 성과 부진과 내부 분위기 변화 속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금융이 주력인 IB2부문은 해외 투자 부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은 올해 1분기 약 1000억원, 2분기에도 600억원가량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까지 제약을 받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젊은 김정수 전 대체투자금융3본부장이 IB2부문 대표로 발탁되자, 조직 재편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김정수 전 본부장의 승진은 내부에서도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고참 본부장들보다 연령이 젊고, 미래에셋증권 입사 시기도 길지 않아 향후 후속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IB2부문 대표는 1975년생으로, 1972년생인 성주완 전무보다 세 살 젊다. 2018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했다.

      AI·디지털자산 분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조직적 ‘무게 실어주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IT 및 디지털 부문을 주로 담당해온 박홍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난 것이다. 이와 함께 IT부문이 테크앤드AI(Tech&AI)부문에서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며 해당 영역의 부문장 자리가 두 명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은 테크앤드AI(Tech&AI) 부문을 신기술 전담조직으로 재편해, AI와 웹3(Web3)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가상자산을 둘러싼 글로벌 트렌드가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조직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지로 평가된다.

      지난해 대폭 강화한 WM 및 연금 관련 조직 역시 인사가 이뤄졌다. 기존 '연금 RM(기업금융)' 3개 부문을 4개 부문으로 확대하는 등 외형을 확장한다. 최준혁 WM1부문대표는 부사장으로, 양희철 연금RM2부문대표는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연금 자산의 규모 자체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국내 연금 시장의 특성상, 이번 조직 확대는 양적 성장에 대한 그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퇴직연금 적립액이 5조730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체 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적립액 규모다.

      이번 미래에셋그룹 인사에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미섭 대표이사 부회장, 허선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두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두 부회장이 CEO를 맡은 이후 글로벌 사업 및 연금 부문에서 성과가 나고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래에셋 인사의 테마는 80년대생 임원, 여성 임원의 파격 발탁 및 승진이었는데, 올해엔 지난해 인사를 바탕으로 성과를 낸 임원들을 한 단계 높여주는 승진 인사가 테마였다"며 "현재 확장의 방향성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