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단지 조성 나선 종근당, 조 단위 투자에 조달 창구 다변화
입력 2025.10.28 10:50|수정 2025.10.28 10:51
    종근당, 배곧 R&D단지 투자 자금 조달
    최대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 계획
    설비 마련·R&D 확대 등 투자규모 늘어
    투자 앞두고 조달 창구 다양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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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종근당이 연말을 앞두고 회사채를 발행한다. 종근당은 그동안 국내 제약 시장에서 쌓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현금을 꾸준히 쌓아왔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한 신약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가능한 자금 조달 창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경기 시흥시에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단지를 조 단위 규모로 조성하고 있어 자금 조달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오는 11월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만기(트랜치)별로는 3년물 600억원, 5년물 400억원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향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30bp(1bp=0.01%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수요예측은 내달 3일, 발행은 11일이 목표다.

      연말을 앞두고 종근당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신규 투자와 신사업 추진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경기 시흥시에 2조2000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R&D단지(배곧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했고, 올해 6월에는 990억원을 투입해 해당 단지 내 8만㎡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63만여 주의 자사주를 활용해 61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할 공모채 역시 배곧바이오클러스터 조성 자금으로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배곧바이오클러스터는 2조원 규모로 조성되나, 여기에는 R&D 비용과 인건비가 포함된다. 이를 제외하면 종근당은 R&D단지 조성을 위해 부지 매입, 설비 마련에만 수천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종근당은 그동안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2000억~3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쌓았지만,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어 현금 외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발행 시장 역시 우호적인 분위기다.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유동성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크레딧 스프레드는 올해 초와 비교해 크게 낮아지며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특히 신용등급 AA급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AA0), 한화시스템(AA-), 에쓰오일(AA0) 등이 수요예측에서 흥행했고, 종근당도 AA- 신용등급으로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이다.

      향후 종근당의 자금 조달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곧바이오클러스터 조성 외 신약 개발에 필요한 R&D 비용 조달 수요가 있다. 종근당의 연간 R&D 비용은 올해 상반기 기준 8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억원 늘었다. 2023년과 2024년 R&D 비용은 1500억~1600억원 수준이었다.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4% 줄어든 881억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새 큰 폭 줄어든 이유는 종근당이 기술수출 성과를 내며 2023년 일시적으로 유입 현금이 늘어난 탓이다. 종근당이 2022년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회사 영업이익은 실제로도 낮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배곧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더해지면 종근당이 향후 예정된 투자 계획을 실행할수록 기업의 재무 부담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순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종근당은 대규모 현금과 견조한 수익성에 기반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를 고려하면 자금 소요 상당 부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재고자산을 비롯한 운전자본부담, R&D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되거나 영업실적이 빠르게 낮아지면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