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공개ㆍ수수료 공시' '영업보고서 제출' 쏟아지는 PEF 법안... "이럴 거면 사모를 왜?"
입력 2025.10.29 07:00
    정부·여당 중심으로 PEF 규제 강화 본격화
    LBO 및 차입 제한·정보 공개 등 법안 봇물
    정책·법안 실효성이나 당위성엔 의문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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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사모펀드(PEF)의 관리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차입매수(LBO) 방식 투자를 제한하거나 차입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아예 운용사(GP)가 받은 보수나 영업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법안도 나왔다. 

      업계에선 이 같은 규제법안들이 충분한 고민이나 실효성 없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데 우려를 표명한다. 특히 시장의 근간인 '사모(私募)'라는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PEF에 대한 정관계의 인식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투자 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인수(Leveraged Buyout, LBO) 방식 때문에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약화해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비판이 따랐다. PEF의 차입 한도를 줄이자는 논의가 시작됐고, 현행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줄이자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차입 한도를 줄이자는 논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PEF 시장의 걱정은 아주 크지 않았다. 순자산의 2배를 빌리면 담보인정비율(LTV)은 67% 수준인데 웬만해선 이 정도 자금을 빌리긴 쉽지 않다. 지난 수년간 금리가 높았고, 재무약정 위반 사안도 많았던 만큼 인수금융을 조심스레 보는 시각도 많아졌다. "인수금융을 안 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6월 새 정부가 들어섰다. 투자 및 구조조정 시장에서 중요성이 큰 만큼 정부가 PEF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기대와 달랐다. 정부와 범여권 모두 PEF를 약탈적 자본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강화했다. 여름 이후 국정감사 대비 국면에 들어가면서 공세가 더 세졌다. PEF의 규제 강화 법안이 잇따랐다.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집행사원(GP)이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LBO, 자산매각, 배당, 이해상충행위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엔 GP가 이런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를 하거나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금융위원회가 해당 사모펀드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운용사의 보고 부담은 커졌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안에는 GP가 LP로부터 받은 보수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PEF에 중요사항(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관련 사항)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LP 리스트부터 투자 수익률까지 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PEF는 '사모'라는 특성과 전문성을 가진 LP의 관리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실제 일부 발의 법안에서도 'LP가 사회적 책임투자를 하는 기관투자가이며, GP가 이를 위배할 경우 내부 통제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특성상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받았는데 이런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럴 거면 사모를 왜 하나"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금도 GP들은 LP에 수시로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출자를 중단하는 등 충분히 자정작용을 펼 수 있다"며 "사모펀드의 정보를 공모펀드처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상장사 인수 시 잔여주식을 모두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꼭 PEF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의무공개매수 도입 의지가 강하다. PEF로선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인수자금이 필요해진다. 이러니 "당분간은 상장사 거래 자체를 보지 말자" "애초부터 의무공개매수를 단행해 비상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사모펀드를 둔 당국의 시각도 곱지 않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LBO 전략을 쓰는 PEF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자금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모펀드의 일부 행태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다며 제도 개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국의 PEF 관리 감독 권한이 더 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PEF 규제 법안이 쏟아지지만 얼마나 고심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의원실에서 발의한 PEF 규제 법안은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언급만 담고 있다. 일단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향후 논의 과정에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큰 고민 없이 시류를 타고 진행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PEF협의회가 오래 묵은 '협회 전환'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엉뚱한 규제를 쏟아낼까 미리 움직이려는 것인데 잘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