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불장' 랠리…증권사 실적, 승부처는 '주식운용 성과'
입력 2025.10.29 07:00
    코스피 4000 시대…"브로커리지 호조는 공통, 주식운용이 실적 가를 변수"
    한투·미래에셋·키움 '주식운용 성과' 기대…보수 운용 NH·삼성은 제한적
    "단기 랠리 속 변동성 확대 가능성 주의…하반기 운용 성과가 승부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 27일 4000선을 돌파하자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급증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조가 예상되지만, 이번 분기 실적의 판가름할 핵심 변수는 주식운용 성과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예상 영업이익 합산액은 1조9005억원으로, 약 한 달 전 추정치(1조8200억원)보다 5.6% 늘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금융지주가 4467억원에서 5111억원으로 14.4% 증가할 전망이며, 미래에셋증권(+4.1%)·키움증권(+3.2%)·NH투자증권(+2.0%)·삼성증권(+0.9%) 순으로 전망치가 개선됐다. 코스피 상승에 따른 증시 거래대금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에 따른 자본 효율성 개선이 공통된 상향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컨센서스 상회 폭의 차별화는 주식운용 부문의 '시장 노출도'(익스포저)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증권사의 주식운용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한 PI(Principal Investment)와 트레이딩 수익이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로, 코스피 등 증권시장이 강하게 오를수록 노출이 큰 하우스의 수익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증권이 운용에 적극적인 하우스로 꼽힌다. 실제 올해 상반기 주식운용 손익을 보면 한국금융지주 4171억원, 미래에셋증권 1251억원으로 시장 강세의 수혜를 받았다. 

      반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업계 내 대표적 보수 운용 하우스다. NH투자증권은 금융지주 계열 특성상 리스크관리 중심의 운용 체계가 강하게 작동하고, 삼성증권도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본 안정성 기조 영향으로 안정적 자산운용을 우선시하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엔 주식운용으로 1122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하반기처럼 랠리 강도가 커진 구간에선 적극적으로 자산 운용을 하는 하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코스피는 1월 초 2441포인트에서 7월 3054포인트, 이달 들어 3500선을 넘어 27일 404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상반기보다 훨씬 가파른 랠리가 이어진 만큼, 이번 분기와 하반기 실적은 각 하우스가 얼마나 시장에서 주식 운용을 적극적으로 했는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반응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주식 운용에 있어 적극적인 기조를 보인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고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16.7%) 상향했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 호조에 따른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 목표주가를 15% 올린 2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결국 증시 호황에 따른 브로커리지 호조가 이미 증권사 호실적의 상수가 된 만큼, 실적 차별화는 주식운용에서의 '가산점'이 결정한다는 구도다. 

      다만 최근 증시 랠리 속도가 가파른 만큼, 단기 차익실현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조정 국면 진입 시 3분기 이후에는 주식운용 성과가 빠르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하반기 실적은 주식운용 성과가 주요 증권사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며 "코스피 랠리가 워낙 강한 만큼, 보수적 운용 하우스는 실력과 무관하게 컨센서스 대비 레벨업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변수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상존하는 만큼, 하반기 전체 성과를 가늠하려면 코스피 추이에 따라 하반기까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