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메리트 낮아 흥행 불확실…'인위적 금리 조정' 가능성도
잇따른 집값 안정화 대책 속 신규 상품 출시? 당국도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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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도입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와 금리 환경 변화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연내 출시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추진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15 대책으로 주담대 확대를 자제하고 있어 고정금리를 추진하기도 애매한 상황일 것이란 설명이다.
10·15 대책의 스트레스 금리 상향으로 변동금리 차주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는 있지만, 이미 주택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스트레스 금리 상향이 한도 축소로 이어질 차주는 사실상 많지 않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당초 일부 은행들은 당국의 강한 의지에 따라 연내 10년 이상 장기 고정형 주담대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해왔다. 그러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로 정책적 명분이 약해진 데다 시장금리 구조상 장기물 조달 여건도 좋지 않은 만큼 내년까지 출시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4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리기 위해 은행권 커버드본드에 대한 주택금융공사 지급보증을 추가했다. 이후 국민·신한은행이 잇따라 지급보증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지만, 정권 교체와 금융당국 개편 논의 등에 밀려 추진 속도가 늦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은행에서 연내 10년 이상의 장기 주담대 출시를 희망했지만 지금 진도로는 연내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 주담대 한도가 제한돼 있고, 당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상품 출시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현 금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장기 고정금리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장기 대출이 활성화 돼 있지 않은 데다, 과거 코로나 시기 등과 비교해 금리가 낮지 않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할 메리트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고정형 주담대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출시했지만, 신한은행의 취급액은 월평균 7억5000만원, 기업은행 취급액은 월평균 6억원에 그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연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이 상품 흥행을 위해 정책금리 성격의 유도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당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자산 매칭을 위해 장기물을 발행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도 썩 유리한 시점이 아니란 설명이다. 당국이 최대 30년까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를 희망하고 있어 커버드본드 등을 통해 장기물 조달을 해야 하는데, 장기금리가 단기금리 대비 높은 국면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추진 의지를 지켜보면서 관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계획을 밝힌 만큼 상품 출시는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는 당국 메시지와 혼선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지난 9월까지 당국과 소통이 있었지만, 현재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