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슈퍼사이클 진입했다 판단"…사실상 내년 물량까지 솔드아웃
입력 2025.10.29 11:28
    AI가 응용처 전반 수요 키워…2017년보다 센 슈퍼사이클 진입
    HBM부터 범용 D램·낸드까지 품절…27년 물량 선주문까지 多
    당분간 공급이 못 따라간다…청주·기흥에 용인까지 투자 가속화
    순현금 회복했지만 추가 주주환원보단 사업 재투자에 주력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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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시인하며 시장 기대감에 쐐기를 박았다. D램과 낸드를 가리지 않고 내년 물량까지 사실상 동이 난 상태라 한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4조4489억원, 영업이익이 11조383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47%, 상각전영업익(EBITDA) 마진율은 61%를 기록하며 수익성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6월말 17조원 수준이던 현금 보유량은 이번 분기 27조8500억원까지 늘었다. 3분기 들어 시장 예상을 깨고 갑작스럽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덕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차입금이 2조원 이상 늘었지만 회사는 순현금 상태로 돌아섰다. 

      이날 발표회에서 SK하이닉스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까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 제품에 대해선 27년 물량까지 선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이번 사이클이 지난 2017년 슈퍼사이클과도 결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2017년과는 달리 AI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응용처 전반에 추가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수요의 근본적 변화가 관측된다"라며 "AI 연산 수요가 추론으로 확장하면서 일반 서버까지 교체, 증설을 앞당기고 있다. HBM 캐파(Capacity)를 늘리면서 더 많은 클린룸 확보를 위해 CAPEX를 투입해도 당분간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수익성과 수요 가시성이 높은 HBM을 중심으로 투자하던 당초 기조에서 벗어나 일반 D램과 낸드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내년까지 시장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현재 고객사의 수요 강도와 시장 재고수준, 회사의 캐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년 전 제품군이 품절 상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BM 제품군 역시 기존 수익성 이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향후 5년간 평균 30%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내년 CAPEX 규모는 올해보다 상당한 폭으로 증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청주 M15X 팹(fab)에 장비 반입을 시작한 상태다. 해당 팹은 향후 HBM 공급 확대에 활용된다. 범용 D램이나 낸드의 경우 기흥 팹 라인의 선단공정 전환을 앞당겨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신설 캠퍼스인 용인 1기 팹 역시 향후 수요 증가 속도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를 기점으로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AI 슈퍼사이클에 대한 투자가들의 기대감이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전망치는 약 58조600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이 역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익 눈높이를 80조원 이상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세도 이어진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55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실적발표 이후에도 전일보다 4% 이상 상승한 54만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목표가 상단을 70만원까지 열어두는 시각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주주환원책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을 내놨다. 당초 예상보다 빨리 순현금 기조를 달성하며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새로운 주주환원 3개년 정책을 시행한 지 1년차인 지금 당장은 추가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당분간 시장 요구에 따라 CAPEX가 중요해지는 데다 향후 업황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현금 수준을 지속하기 위해 사업에 재투자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