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365 예탁자산 16배 증가, 고객 수도 10배 급증
PF 막히자 리테일·정통IB로… 외형확장에 쏠린 무게중심
"장기 고객보다 단기 유입 중심에 지속성은 의문"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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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와 고금리 대출 중심의 사업 모델로 성장해온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라는 파격 이벤트를 앞세워 개인 투자자 유치에 나섰고, 일정부분 성과도 거뒀다.
다만 자본력에 의존한 치킨게임 확장 전략인데다, 메리츠로 계좌를 옮긴 이용자들 역시 '체리피킹'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만큼, 이벤트 종료 후 유지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 'Super365'를 출시하며 리테일 시작 공략을 본격화했다. 만 1년이 지난 지금 일정부분 성과도 냈다는 평가다. Super365 예탁자산은 이벤트 시행 직전 9336억원에서 11개월 만에 15조1691억원으로 16배가량 늘었고, 고객 수도 같은 기간 2만5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Super365 계좌의 경쟁력은 '완전 무료'였다.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달러 환전 수수료,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모두 면제한다. 증권사가 부과하는 거래 수수료만 무료인 타사와는 달리,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모두 대신 내주는 건 증권업계 최초다.
이 계좌는 단순 주식투자 계좌뿐만아니라, 달러 투자 상품으로도 입소문을 탔다. 환전우대율 100%에 환전 수수료도 무료라 환전 거래를 반복해도 투자자 손해가 없어서다.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초단기 달러 투자' 목적으로 해당 상품을 추천하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행보는 부동산금융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정통 IB와 리테일을 양축으로 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은 오랫동안 PF와 스페셜시츄에이션(SS) 대출을 기반으로 고금리 수익을 올려왔지만, 금리 급등과 규제 강화로 신규 딜이 막히면서 리스크 관리 압력이 커졌다. PF 부문이 전체 영업순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편중돼 있었던 만큼 체질 개선이 불가피했다.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인가를 받지 못하면 수년간 사업 확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내년부터는 심사 요건이 강화돼 2년 이상 종투사 실적, 대주주 제재 이력, 자기자본 요건 등이 본격 반영되면서 사실상 올해가 인가 '막차'라는 분위기다.
발행어음은 증권사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통 개인투자자들이 50~60% 비중을 차지한다.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려면 캡티브(내부시장) 물량이 되어줄 리테일 고객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메리츠증권은 그간 자본규모에 비해 리테일 고객층이 두텁지 않은 증권사로 통했다.
Super365계좌는 이 같은 중장기 목적을 위해 단기 수익을 희생하는 상품으로 분석된다. 해당 상품이 '수수료 완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2년간 예상되는 손실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추정치로, 이용자가 늘어나며 거래가 늘어날수록 적자폭도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내년 말 수수료 무료 서비스가 끝났을 때의 '유지력'이다.
메리츠증권의 매매앱(HTS, MTS)은 타사 앱 대비 특출난 점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국 지점 수가 8곳(서울 6곳, 부산 1곳, 대구 1곳)에 불과해 오프라인 고객 지원 인프라도 크게 부족하다. 최근 증권사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업공개(IPO)ㆍ유상증자 등 상품 소싱 능력도 아직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은 2000년대 초 키움증권의 HTS 도입 이후 반복돼온 '치킨게임'의 연장선이이라는 평가다. 2017년에는 NH투자증권이 신규 고객 대상 무료 정책을 내놓자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이 줄줄이 뒤따르며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수수료 무료 출혈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리테일 고객 전략을 재정립하는 중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리테일 마케팅의 중심이 수수료 경쟁보단 우수고객 기준을 완화해 자금 유지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는 건 수수료를 보고 유입된 체리피킹 고객을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라며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차별화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증권은 다소 높은 해외주식 수수료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 부문 확장이 단기 성과 중심의 메리츠 조직 문화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커버리지 기반의 IB나 리테일은 장기 신뢰관계가 전제돼야 하지만, 메리츠의 성과평가 체계는 단기 실적 중심에 가까워서다. 손익이 빠르게 나는 부동산PF와는 다르게 정통IB와 리테일은 고객과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점유율 증가는 최근 우상향 증시 속 헤비트레이더 중심의 단기 유입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벤트 종료 후 잔존 고객 유지율이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