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AI 선봉 선 SKT…적자 속 '법조통' 대관 정재헌 CEO 선임
입력 2025.10.30 12:25
    3분기 과징금·보상 비용 반영으로 순손실 전환
    AI 역량 결집 선언…GPU 클러스터 '해인' 가동
    기술 전면 내세운 실적발표…CEO 인사는 대관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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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과징금을 받은 이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통신 가입자 감소와 보안 대응 비용으로 수익성은 둔화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기업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AI 기업으로의 전환' 기조를 재확인했다. 다만 같은 날 차기 CEO로 법조·대관 출신 정재헌 사장을 내정하면서, 기술 경쟁력 강화보단 대외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SK텔레콤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978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9% 감소했으며, 순손실 16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1348억원)과 사이버 사고 관련 보상비용이 일회성으로 반영된 결과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침해사고 여파로 이동통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약 5000억원 감소했다"며 "통신료 할인과 멤버십 혜택 강화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적자로 인해 3분기 배당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김 CFO는 "전례 없는 실적 악화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며 "재무 건전성 회복과 고객 신뢰 확보를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인 이동통신 사업은 침해사고 이후에도 가입자 감소세를 일부 방어했다. 5G 가입자는 1726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순증으로 전환했다. 다만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는 전년 대비 17.9% 감소했다. 사고로 인한 여파는 올해 4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나마 AI·디지털 부문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다.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은 149억원에 불과하지만 전년 대비 53.8% 증가했고, AI 솔루션(AIX) 매출은 55억원으로 3.1% 늘었다. SK텔레콤은 올해 8월 울산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시작으로, 서울 구로 지역에 추가 데이터센터 설계를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누적 300M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AI 컨버전스 혁신센터(AI CIC)를 출범하며 그룹 내 AI 역량을 통합하는 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AI CIC는 정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수주, 크래프톤·리벨리온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엔비디아 GPU(B200) 1000장 이상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 AI 클러스터 '해인'을 구축하고, 공공 데이터 기반의 국산 AI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실적 발표에서 AI를 핵심 성장축으로 강조한 가운데, 차기 CEO로 내정된 정재헌 사장은 법조인 출신의 대관(對官) 임원이다. 정 신임 사장은 서울대 공법학과 출신으로, 20년간 법조계에서 제도 개혁과 행정 개선에 관여해 왔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재직 시절부터 개인정보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과의 협력 대응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규제 대응·협상 능력과 대외 네트워크가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경영 안정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과거 대기업 주요 거래에서 법률·규제 전략을 총괄하며, 내부 의사결정과 외부 협상 간 균형을 맞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AI를 그룹 차원의 신성장축으로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그 중심에서 기술 인프라를 담당하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그룹 내 AI 선봉 기업이 기술 중심이 아닌 법조·대관 중심 인사를 택한 배경에는 경영 불확실성 관리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이에 AI CIC 중심의 신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신임 CEO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 관리와 기술 혁신의 균형이 향후 SK텔레콤 경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대기업 대관 관계자는 "AI 전환과 기술 투자 속에서도 당분간은 사고 수습, 규제 대응, 대관 관리가 경영의 핵심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 통제 중심의 경영 안정화가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