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판매 전기比 80% 증가…"투자 늘려도 내년까진 공급부족"
입력 2025.10.30 13:16
    HBM4 샘플 전 고객사에 제공…내년 수요 더 늘어날 것
    AI 수요 겨냥 투자 확대 예고…그래도 공급 부족할 전망
    전일 SK하이닉스보다 신중한 톤…사이클 판단은 동일
    회복세 보이는 파운드리 기존 투자수준으로 회복 예정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추격 성과와 함께 내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일 SK하이닉스에 비해선 보수적이고 신중한 어조였으나 전방 인공지능(AI)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생산능력을 극대화해도 시장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는 동일해 보인다. 

      30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86조617억원, 영업이익이 12조16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8%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160%,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8%가 개선됐다. 

      3분기부터 본격화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이 실적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분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매출액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비트(bit) 기준 HBM3e 판매량은 80% 이상 늘었고 지난 2분기 선제적으로 반영한 재고 관련 충당금의 기저효과와 더불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가동률 상승 등 반도체(DS) 부문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HBM 추격전에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가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구체적인 협력 성과에 대해선 계약상 이유로 언급을 아꼈지만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차세대 HBM4 제품은 고객사 요구 성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개발을 마쳐 현재 전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해 양산, 출하를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HBM4 시대가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D램에서 1c 나노미터(nm) 캐파(Capacity)도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 모든 고객사 대상으로 HBM3e 제품의 양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최근 고객사들의 가속기(GPU) 성능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요 고객사가 기존 계획보다 더 높은 HBM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서 HBM4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특히 AI 수요로 전 제품군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업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선단공정 전환, 캐파 확대 외에도 지난 몇 년 동안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온 만큼 중장기 미래 수요를 겨냥한 추가 팹(fab) 투자도 예고된다. 올 들어 투자를 줄인 파운드리 사업 역시 내년엔 2024년 투자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에 비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언급이 덧붙었다. AI 산업이 응용처 전반의 수요 강세를 이끌고 있으나 내년 하반기에는 관세나 AI 관련 반도체 수출제한 등 지정학 변수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불거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AI 수요 확대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를 늘리겠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황에 대한 판단은 SK하이닉스의 시각과 큰 차이가 없었다. 메모리 반도체에 한해선 투자를 늘리고 최대생산을 가정해도 시장 수요가 업계 전체의 공급능력을 크게 앞설 것이라는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다른 공급사와 마찬가지로 주문이 집중되는 HBM이나 서버향 QLC 기반 eSSD 대응에 집중하고 있지만 당장 공급을 늘리는 데 제약이 큰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5% 이상 치솟으며 재차 신고가(10만5800원)을 경신했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4% 안팎 강세를 보이며 10만40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