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생각보다 이른 마무리에 고점 후 하락 전환
시진핑 주석 11년 만 방한에 화장품·엔터주는 강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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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한미 관세협상 전격 타결 소식이 전해지며 코스피가 장 초반 41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무역합의 발표가 우리 정부의 발표와 다소 차이를 보이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하며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화장품과 엔터주가 강세를 보였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이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됐고,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되지 않으며 미 증시 야간선물은 물론 코스피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30일 오후 2시 기준 코스피는 전날 대비 3.04포인트(0.07%) 오른 4084.19를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4146.72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4100선을 내줬다. 장 초반 순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46억원, 697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의 상방 압력을 제한했지만, 개인이 9047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 위주의 랠리가 장 초반 이어졌다. 지난 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3.08%)와 SK하이닉스(1.79%) 등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고, 현대차(3.10%) 역시 자동차 관세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급등했다.
다만 한미 관세협상 합의 세부 내용을 두고 양국 간 조율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세부 협상 내용을 소개하며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우리 정부가 반도체가 주된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러트닉 장관이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는 발언 역시 쌀과 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세부 합의 내용은 추가 확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 또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엔터주와 화장품주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부각된 이유에서다. 이날 시진핑 주석은 김해공항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약 1시간 40분간 회담을 가졌다.
미중 정상회담 시점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한국화장품(26.13%)은 회담 이후에도 급등세를 유지했고, 코리아나(20.24%)와 토니모리(7.89%), 에이피알(5.44%) 등도 강세를 보였다. 엔터주 역시 하이브(4.69%)와 JYP(2.03%) 등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그동안 꾸준히 양국의 문화 교류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비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게 아니겠느냐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회담이 예정 시간보다 일찍 종료됐고, 양국이 공동성명을 내지 않은 데다 별도의 기자회견도 생략하면서 구체적인 합의 도출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전 "3~4시간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 회담 시간은 2시간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장중 4140선을 터치한 뒤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결과물이 없는 회담'에 대한 실망 매도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0.29% 내린 1423.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겉으로는 안정세를 보이지만, 미중 정상회담 이후 우려가 확산하면서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미중 간 긴장 완화 기대가 한때 달러 약세(원화 강세)를 이끌었지만, 합의 없이 회담이 종료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유지될지는 향후 양국의 공식 발표 내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 없이 끝난 만큼, 실질적인 합의가 도출됐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