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공모채 시장 복귀…위축된 투심 돌아설까
입력 2025.10.30 19:18|수정 2025.10.30 19:21
    정기 이슈어 SK온 올해 첫 공모채 조달
    재무구조 개선 자신감에 공모시장 복귀
    단기차입금 3.6조…반년새 절반 수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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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의 이차전지 기업인 SK온이 1년 8개월여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린다. 올해 내내 사모채 조달에만 의존했던 SK온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앞세워 공모 시장에 복귀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차전지 업황 둔화와 누적 적자 등으로 냉랭했던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A+)은 2, 3년물로 총 1500억원 규모로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40~+4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오는 11월 19일 수요예측, 27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이번 공모채 발행은 차환 목적이다. SK온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오는 10월 650억원, 내년 1월 1600억원 수준이다. 단기 운전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잔액도 약 13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온이 공모 시장을 찾는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8개월만이다. SK온은 매년 공모채 시장을 찾는 정기 이슈어였으나, 마지막 조달 이후 사모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차전지 업황 부진과 실적 적자에 따른 크레딧 우려가 높아지자 공모채 미매각 우려와 평판 훼손 리스크를 고려해 사모 방식을 선호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총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임에도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이라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재무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 차입을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는 3월 900억원, 5월 300억원 등 총 12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SK온이 다시 공모 시장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 재무구조 개선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재무구조 개선 등 리밸런싱(사업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대해 2조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차입금 상환에 나섰다. 이에 따라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7조486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3조6592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유상증자 이후 SK온의 재무지표는 가시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 "다만 본업의 수익성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CAPEX) 규모가 감소하면서 영업손실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차전지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데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이 일단락되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 사업 CAPEX 규모를 지난해 7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3조50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SK온의 유형자산 취득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5조703억원에서 올해 2조4195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오는 11월 예정된 윤활유 전문 기업인 SK엔무브와의 합병이 추가적인 재무 안정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SK엔무브는 매년 1조원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창출해 온 알짜 회사로 SK온의 현금흐름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의 수급도 우호적이다. 키움에프앤아이(A-), HL홀딩스(A), 현대로템(A+) 등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한 A급 기업들 역시 무난하게 목표액을 모았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은 풍부한데 발행이 잘 없어서 현재 시장에서 큰 실패 없이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