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측 '돌아가지 않겠다' 고수…항소 준비
길어지는 법적 분쟁…하이브, '초강수'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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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가 하이브 자회사인 소속사 어도어와의 분쟁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뉴진스 멤버(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들은 활동 복귀가 아닌 항소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후 재판부의 판단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실상 남은 법적 해결책이 많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이브(어도어) 측은 이번 재판 결과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이지만, 여러 대내외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당장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지난 30일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전속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해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즉각 항소할 예정이며, 항소심 법원에서 사실관계와 전속계약 해지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번 종합적으로 살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도어 측은 “오늘의 결과가 아티스트 분들에도 본 사안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당사는 정규 앨범 발매 등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 및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 결과를 고려하면 향후에도 뉴진스가 법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뉴진스가 주장해 온 ‘신뢰관계 파탄’ 및 ‘아티스트 권리 보호 의무 소홀’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여러 주장과 제출된 증거를 살펴봐도 이들의 주장과 달리 어도어의 중대한 계약 위반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이브 측은 지금까지 “뉴진스가 돌아온다면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미 회사 측과 멤버들이 ‘불편한’ 사이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 계약이 남아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인기 아티스트의 활동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대형 엔터사의 인기 아티스트의 경우 2~3년 수준의 활동 계획이 미리 잡혀 있기 때문에, 준비해 둔 일정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어도어가 ‘뉴진스를 위한, 뉴진스에 의한’ 레이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속 인력들도 업무가 중단되며 한동안 혼란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멤버 측이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1심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뉴진스가 법적 대응에 나선 이후 연예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출된 것들 외에 새롭게 법리적 판단이 요구될만한 증거가 추가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고려된다. 이에 재판부가 2심에서 굳이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유인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만약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고 뉴진스 멤버 측이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사실상 지난한 법적 분쟁만 남게 된다. 현재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하이브 측과 뉴진스 측의 접촉은 없었고, ‘극적 화해’의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항소심을 포함해 진행 중인 재판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이후 뉴진스 측의 법적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이브(어도어) 입장에서는 소속 아티스트가 전속계약이 유효하지만 활동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뉴진스와 어도어 측은 약 1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 수십억원 수준의 법률 비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금전적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다만 하이브 입장에서도 국내 대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소속 아티스트와 소송전을 이어가는 형국이 부담스럽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전속계약 관련 다툼 외에 이후 아티스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경우 모양새가 더욱 좋지 않을 수 있다. 전속계약 재판과 별개로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대내외적 리스크가 고려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어도어–뉴진스 1심 선고를 불과 며칠 앞두고 새로운 소속사 ‘오케이(OK)’를 설립했다. 일각에서는 민 전 대표와 뉴진스 측이 재판에서의 승소를 예상하고 준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뉴진스’ 그룹명과 지금까지의 음악 저작물 등은 모두 하이브의 자산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