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는 허성무 성장금융 후임 리더십 주목
노란우산, 대체투자 조직 격상…사학·행공도 검토
저금리·저성장 속 장기 부채 듀레이션 대응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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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회 국정감사라는 연례행사를 마친 국내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들이 내년도 운용 전략 구상과 함께 수장 인선 및 조직 재정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수익률 제고를 명분으로 대체투자 조직의 확대와 격상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연기금·공제회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장·CIO(최고투자책임자)에 대한 교체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했으며, 이어 CIO 인선 작업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서원주 CIO는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연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사장 후보군에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양성일 전 보건복지부 1차관,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홍성국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 상당수는 앞서 금융당국 수장 인선 당시에도 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인물들이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이훈 CIO의 연임설이 유력하다.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국부펀드 운용의 장기성을 고려한 연속성 유지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사학연금은 전범식 CIO의 1년 연임을 확정했다. 대체투자 전문가인 전 CIO의 유임은 대체투자 비중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2023년 13.5%, 2024년 11.63%의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
한국성장금융은 허성무 대표의 임기 만료(8월 말) 이후 후임 인선 절차를 준비 중이다. 성장금융은 벤처캐피탈(VC) 시장의 주요 자금 공급원으로, 정부의 모험자본 정책 추진과 맞물려 후임 리더십의 방향성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선과 맞물려 각 기관의 내부 조직 정비 또한 분주하게 진행 중이다. 조직 개편은 '대체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대체자산을 지목하고, 심사·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정부 방침에 따라 작은 공공기관을 지향하며 CIO 직속으로 편입했던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다시 대체투자실로 복원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운용자산이 28조원에 육박하고 대체투자 비중(약 28%)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CIO 직할 구조만으로는 심사·리스크 관리 효율에 한계가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란우산공제회를 운용하는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사업단은 이미 실물투자실을 대체투자본부로 격상하고 그 산하에 기업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등을 배치하며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공제 자산 대비 대체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투자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행공) 역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부동산인프라 본부를 중심으로 투자 조직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기관들이 유사한 구조개편을 추진하며 '대체투자 전담조직'의 표준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불장'에도 불구하고, 연기금·공제회들이 대체투자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장기적인 기금 성장 동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구조적 판단에서다. 단기적으로는 주식 비중을 높이며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겠지만, 고령화에 따른 장기 부채 부담을 고려하면 대체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결국 고령화 시대 부채 듀레이션 문제가 가장 크다"라며 "연기금의 지급 의무(부채)가 갈수록 길어지는 상화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창출하는 대체자산에 대한 구조적인 비중 확대가 재정 안정성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