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패션플랫폼 기업들, 밸류 리레이팅 신호탄 기대
패션업 공모시장 침체 속 IPO 시계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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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주 시장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패션 기업들이 무신사 상장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패션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드물었던 만큼, 무신사가 시장에서 높은 밸류를 인정받을 경우 업계 전반의 상장 시계가 다시 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신사는 현재 상장 주관사단 선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며, 현재 후보군 압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한국·KB·삼성·신한·하나증권이, 외국계에서는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씨티·UBS 등이 참여했다.
공모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관사들의 제안 경쟁도 치열했다. 최종 주관사단은 오는 11월 14일 열릴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패션업계의 IPO 공백은 길었다. 올해 4월 상장한 패션잡화 브랜드 에이유브랜즈는 2022년 3월 상장한 공구우먼 이후 3년 만에 증시에 오른 패션 브랜드였다. 에이유브랜즈는 코데즈컴바인, 크리스에프앤씨, 공구우먼 등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했지만, 상장사가 적은 탓에 딱 맞는 비교기업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IPO를 준비 중인 패션기업들은 무신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성복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연내 예심 청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코드그라피'를 전개하는 콘크리트웍스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후 상장 준비를 진행 중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역시 IPO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장 시기와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한 패션플랫폼 재무팀 관계자는 "무신사가 10조원대 몸값을 목표로 상장에 나서면서, 패션 브랜드나 플랫폼들도 고질적인 문제였던 낮은 멀티플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패션산업은 포화상태에 가까운 데다 경기 민감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시각이 보수적이다. 지난 9월에는 패션플랫폼 '브랜디'를 운영하는 뉴넥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업계 전반의 침체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신사가 시장에서 높은 밸류를 인정받는다면 패션기업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무신사가 10조원대 밸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후 패션·패션플랫폼 기업들의 몸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관사들 역시 무신사의 10조원 수준의 밸류를 맞추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쿠팡처럼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 플랫폼인 무신사가 상장하면, 그 안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성장성을 확보하면서 다시 상장에 나서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