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 가능성…MSCI韓 ETF 5% 급락
-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장 초반 5% 가까이 급락하며 7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다. 미국 정부 셧다운(업무중단) 여파로 단기 금리가 오르며 미국 단기 유동성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AI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며 기술주 중심의 투매가 나온 것이다. AI 수혜국으로서 올해 80% 넘게 급등한 코스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5일 오전 코스피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3924.02까지 밀렸다. 전일 대비 4.7% 하락한 수준으로, 지난 4월7일 5.5% 하락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가장 큰 수준이었다. 코스닥 역시 장중 880.96까지 밀리며 900선을 하회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9시47분 장중 한때 5% 하락하며 7개월만에 사이드카(선물 5% 하락 1분 이상 지속시 5분간 프로그램매매 호가 정지)가 발동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방산 등 주력 업종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전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4.01% 하락한 여파로 삼성전자가 4% 넘게 하락하며 장중 10만원 선을 다시 내줬고, SK하이닉스 역시 6%대 급락세였다. LG에너지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등 대형주들도 일제히 하락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7%) 등 코스닥 성장주 낙폭도 확대됐다.
전일(현지시간 4일) 미국 뉴욕 증시의 AI주, 성장테마주 약세가 반영된 모습이다. 이날 미 증시에서는 팔란티어발(發) 기술주 조정이 본격화됐다. 팔란티어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대를 상회하는 숫자를 내놨고, 향후 매출 전망 역시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가 팔란티어 및 엔비디아에 대규모 숏 포지션(하락 베팅)을 구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AI 고평가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팔란티어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7.9% 급락했고, 엔비디아(-3.96%), 테슬라(-5.15%), 오라클(-3.75%) 등 주요 기술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0.56%, S&P500은 1.19%, 나스닥은 2.04% 각각 하락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 지속으로 인한 단기 유동성 우려에 AI 공포가 더해지며 변동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가 공무원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은행준비금은 2조8000억달러(약 4050조원)으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했고, 미국 단기 레포(repo) 시장 금리가 급등하며 저신용 금융시장에서 단기 자금 경색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MSCI 한국증시 ETF는 4.98% 급락하며 전일 이미 외국인 매도세를 예고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오전 기준 5조원 가까이 순매도 중이며, 기관이 3조원 순매수로 일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43.5원에 개장해 환율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팔란티어를 기점으로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현실화됐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대형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 등 매크로 변수와 맞물려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나,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중심의 분할 대응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