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손익·금융이익 개선으로 어닝서프라이즈
AI 인프라에 1조 투자…엔비디아 GPU 6만장 확보
코스피 급락 속 대형 IT주인 네이버 주가도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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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커머스·핀테크·콘텐츠 부문 성장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다만 코스피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5일 네이버는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 순이익 734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영업이익은 8.6%, 순이익은 38.6% 증가했다.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를 웃도는 수준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커머스가 9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확대와 브랜드스토어 확산, 네이버페이 결제 건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핀테크 매출은 4331억원(전년 동기 대비 +12%), 콘텐츠는 5093억원(+10%), 엔터프라이즈는 15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검색광고 중심의 서치플랫폼 매출은 1조602억원으로 6.3% 증가했다. 네이버는 "AI 기반 추천과 홈피드 강화로 광고 효율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 급증에는 비핵심 부문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됐다. 3분기 관계기업 투자손익은 2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금융손익도 평가이익 반영으로 흑자 전환했다. 본업 외 재무 부문이 실적을 추가로 밀어올린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네이버의 호실적보다 AI 투자에 쏠렸다. 네이버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장기적으로 어떤 수익 모델로 이어질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에 네이버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와 GPU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 6만장을 확보하고, 연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했다.
네이버는 AI 모델 학습용 GPU 확보를 넘어, 내년부터 제조·물류·에너지·조선 등 산업 현장에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단순 언어·이미지 생성형 AI를 넘어 산업 설비 제어, 예측, 안전 모니터링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한다.
네이버의 AI 인프라 투자는 미래 성장 서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재무적 부담도 동반할 수 있다. GPU 한 장당 단가가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만큼, 조 단위의 설비투자는 감가상각비와 전력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데이터센터 운영비 부담이 반영되면 단기 수익성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마진)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실적 호조 속 조단위 AI 투자 전략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 네이버 주가는 26만2500원으로 전일 대비 3% 하락했다. 장중에는 25만9000원까지 밀렸다. 시가총액은 41조원으로, 하루 새 약 1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4% 넘게 급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200선물지수는 5%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 복귀 가능성,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 등이 겹치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AI·GPU 등 시장의 '핫 키워드'를 선점한 네이버조차 코스피 급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