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옵션상품 '퀴즈형' UI로 단순화…투자위험 경시 우려 확산
교육 의무제 시행 앞두고 공격적 마케팅 논란…제도 취지 훼손 지적
"빠른 성장만큼 무거워진 책임…'쉬운 금융' 전략에 대한 허용 정도 시험대"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0년 창립 후 5년 만에 빠른 성장을 이룬 토스증권의 성장 동력이었던 '쉬운 금융' 전략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직관적으로 설계해 개인투자자를 빠르게 끌어모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위험 상품의 투자 위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를 비롯해 미수거래, 가상자산 ETF 등 고위험 상품과 관련한 논란이 잇따르며, 회사의 '쉬운 금융' 전략이 증권사로서의 책임 의식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27일부터 해외주식 옵션 서비스 사전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달 3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고, 오는 10일부터 전체 고객에게 기능을 개방할 예정이다.
문제는 서비스 홍보 방식이다.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퀴즈형 인터페이스로 단순화하고, '엔비디아 5% 상승 시 옵션 수익 +214%'와 같은 문구를 전면에 배치했다. 수익률을 강조한 설명은 직관적이지만, 반대로 손실 가능성 등 상품 위험 구조에 대한 안내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SNS와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투자 위험도를 과도하게 낮춰 보이게 한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토스증권의 가장 큰 강점인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은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크다"며 "특히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이 충분히 인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범 서비스가 다음달 시행 예정인 '해외파생·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사전교육 의무제' 직전이라는 점도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토스증권은 사전신청 고객에게 최대 2100달러(약 300만 원)의 투자 체험금을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교육 의무화 시행 전 고객을 미리 유입시키려는 선점형 마케팅"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연평균 손실액은 약 4600억 원에 달한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인 만큼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사전교육 의무제 등을 시행했는데, 이를 토스증권이 신규 투자자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제도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에는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로 표현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회사는 "어려운 용어 대신 친숙한 언어로 설명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위험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
이미지 크게보기- *토스증권의 옵션 서비스 홍보 관련 예시
또 '미수거래 미사용 사유 10초 설문'이라는 제목의 광고성 푸시 알림을 발송해 논란이 일었다. 형식상 고객 의견 수렴이지만, 사실상 미수거래 재사용을 유도하는 리마케팅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가 위험 상품을 반복 노출하는 마케팅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달 초에는 일부 증권사들이 국내에서 금지된 가상자산 현물 ETF를 거래 가능하도록 설정했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이 이를 인지한 경위 역시 토스증권의 해당 상품 거래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먼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증권사들은 "해외상품 등록 과정에서 단순 누락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당국은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위법 소지를 지적했다.
토스증권은 지난 7월 기준 가입자 72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 41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단순한 언어, 직관적인 UI·UX, 원앱(One App) 전략으로 대표되는 '쉬운 금융'이 있었다. 다만 급격한 외형 확장에 비해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의식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에 대해 토스증권은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단순화해 투자자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투자자를 위한 상품설명서·교육 콘텐츠·모의거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토스증권은 혁신적 UI·UX로 리테일 시장을 개척한 대표 사례지만, 제도권 내 입지가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며 "'쉬운 금융'이 투자자 보호의 울타리 안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이번 논란이 그 경계를 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