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수요 대응…새 조달 창구 세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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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늘어나는 정책자금 수요에 발맞춰 자산유동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관사 선정이 지연되면서 발행이 지연되고 있다. 연내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UG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위한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1차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중 추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최종 주관사가 선정될 예정이다. 당초 연내 조달을 희망했으나, 주관사 선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발행 일정도 다소 밀린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 연내 조달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HUG는 이번 유동화를 통해 정책자금 수요 증가에 대응하면서도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회사채 대신 ABS를 통한 간접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 이후 주택건설 관련 보증 요건과 한도가 완화되면서, HUG가 부담해야 할 보증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HUG는 향후 연간 100조원 규모의 공적 보증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에 필요한 정책자금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HUG는 지난해 기준 2조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전세사기 보증사고로 주택도시기금 피해자들을 변제하는 과정에서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7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올해에는 회사채 시장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했다.
앞의 관계자는 "정책자금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여유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며 "전형적인 공사채나 회사채 발행보다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조달 방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산유동화는 HUG의 재무관리처가 아닌 기업금융실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구조로 자금조달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주택금융공사(HF)의 주택저당채권(MBS)과 유사한 구조로 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금공은 주택저당채권을 유동화해 낮은 금리에 장기물을 발행하고 있다.
다만 HUG가 제시한 자산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증권사들이 구조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유동화 발행 시에는 기초자산의 종류, 등급, 만기, 금리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만, 이번에는 특정 자산을 지정하지 않고 자산군의 범위와 만기 정도만 제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1~10번 자산'을 유동화한다고 하면 세부 내역이 정리돼 있는데, HUG는 '1~100번까지 가능하다'는 식으로 브로드하게 접근했다"며 "세부 자산 정보를 받지 못해 구조 설계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