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금감원 압박
회장·행장 인사에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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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지방금융지주 회장 및 행장 인사를 둘러싸고 들썩이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직접 인사 절차 문제를 거론하며 BNK금융과 JB금융이 잇달아 도마에 오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입김이 이들 회장 및 행장 인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전북은행의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거래에 연루되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2019년 12월부터 프린스그룹의 정기성 예금을 받아왔으며 거래 건수는 51건, 누적금액은 1252억800만원에 달했다. 이는 동일 거래를 수행한 5개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캄보디아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1000억원이 넘는 예금 거래는 비정상적일 수 있다”며 “국제 범죄조직으로 지목된 단체와의 거래는 은행 내부통제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백종일 전북은행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백 행장은 캄보디아 현지법인 프놈펜상업은행(PPCB) 행장 시절 실적 개선으로 그룹 수익성 제고에 기여했지만, 해당 거래 의혹으로 인해 ‘내부통제 미흡’ 논란에 직면했다.
지난달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NK금융의 회장 후보 등록 기간이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나흘뿐이었다”며 “깜깜이 인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절차상 특이점이 많다”며 “형식적 적법성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 소지가 있으면 수시검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주 회장이 취임 후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참호식 경영’ 관행이 여전하다”며 지방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BNK금융은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문제 제기로 인해 회장 인사 이후에도 정치적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유력 후보군에는 빈대인 현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강종훈 BNK금융지주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외부 인사는 서치펌을 통해 검증 절차를 거쳐 추천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금융 회장 교체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배제되기 어렵다”며 “이번엔 여당 중심의 문제 제기인 만큼 빈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인사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방금융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지방의 주요 인사와 네트워크가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는 삼양사, BNK금융지주는 롯데그룹이 15% 미만 대주주로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접적인 인사와 경영엔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 대주주가 출범한 지 반 년밖에 되지 않은 정부와 척을 질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입맛'에 맞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 인사는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이라며 “특히나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금감원 검사나 정치권 논의가 인사 이후에도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