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적기시정조치 현실화…거래 일정 불확실성 확대
-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롯데손보에 적기시정조치를 의결하면서 인수·합병(M&A) 협상에 변수가 생겼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8월부터 롯데손보 실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인수가격을 포함한 논바인딩 오퍼(Non-binding Offer·구속력 없는 인수의향서) 제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가격 협의가 이뤄질 경우 추가 실사와 본협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사는 딜로이트안진이 맡았다.
그러나 금융위가 지난 5일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하면서 인수 논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지난 6월 말 기준 경영실태평가 결과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최하위 수준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예비 실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인수 논의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상황에서, 구속력 없는 의향서 제출만으로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돼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여기에 적기시정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인수 의사 결정이 한층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속력이 없는 제안서라 해도 이 단계에서는 사실상 거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며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종 결정을 유보하는 것도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당초 생명보험사 인수를 우선 검토해왔다. 생보사는 계약당 납입금 규모가 크고 종신·연금보험 등 저축성 상품을 통한 수신 기능을 보유해 손보사보다 자산운용 시너지 창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했으나, 시너지와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도가 낮다고 보고 매각 대상으로 나온 롯데손보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디프생명의 자산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사실상 보험업 인가 확보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카디프생명 인수 검토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문제는 롯데손보 역시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웃돈을 주더라도 제대로 된 자산을 인수한다'는 기조가 확고하다"며 "그간 검토한 생보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던 만큼,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을 따져봤을 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수익증권 비중이 높고 상당 부분이 고위험 대체투자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영업이익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투자 상품은 금리와 시장가격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크게 변동하며, 관련 손실이 즉각 실적에 반영된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2020년 대체투자펀드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하며 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 4분기에도 유사한 손실이 발생해 연간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후 고위험 투자자산을 축소하고 채권·현금성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으나, 여전히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 단기 실적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해 1분기에도 투자영업 부진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5% 감소한 409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건전성 개선 필요성도 지적된다. 롯데손보는 킥스(K-ICS·신지급여력제도) 비율이 권고 수준에 미달하면서 지난해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본확충 필요성을 지적받았으며, 유상증자 검토를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권고 기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이는 감독당국이 최근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완화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앞선 관계자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체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보험업 특성상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과제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한국투자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검증된 회사를 인수해 출발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적기시정조치가 현실화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M&A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치가 내려지면 한국투자금융지주 내부에서 경영개선 조치 대상 회사 인수에 대한 반발이 제기될 수 있고, 롯데손보 입장에서도 금융당국이 자본적정성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잠재 매수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가 행정소송으로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소요될 수 있어, 이번 사안이 인수 논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