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회계·규제 미비에 자본시장 신뢰 약화 지적
"PFV 한계 넘을 새 구조 필요…1호 모델 경쟁 치열"
정책 불확실성·지주사 규제는 여전히 부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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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 4000선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장 리츠(REITs)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당 안정성과 실물 자산 기반에도 불구하고 시장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다.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6일 서울 을지로에서 창립 22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프로젝트리츠 도입과 상장리츠 투자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실무적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 등 정·재계 및 학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2025년 9월 말 기준 국내 리츠 총자산은 약 114조원으로 3년 새 1.5배 증가했지만, 상장리츠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역시 8조원 수준으로, 제도와 시장 인프라의 괴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달 말 도입이 예정된 프로젝트리츠 제도가 상장리츠의 회복 경로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리츠는 개발단계부터 리츠 구조를 적용해 설립·운용·매각까지 자본시장 내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향후 상장리츠와 결합한 모자(母子)리츠 구조로 발전할 경우, 상장리츠의 파이프라인 확보와 자본조달 효율성 개선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중한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프로젝트리츠는 신고 중심의 허용제도로 공시 부담을 줄이면서도, 개발 단계의 자금을 자본시장 안에서 소화할 수 있다"며 "이 구조가 정착되면 상장리츠로의 전환이 한층 유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디벨로퍼 업계는 프로젝트리츠를 민간 공급의 돌파구로 평가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디벨로퍼 입장에선 프로젝트리츠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대출규제로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제도 실효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제와 규제 측면의 미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현행 세법상 리츠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유상증자 및 공모 절차는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리츠 지분 참여 제한이 더해지며 대형 자본의 유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상장리츠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배당형 자산이지만, 세제와 규제 불균형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공정거래 규제 완화와 유상증자 절차 간소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수급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이달 28일 제도 시행 이후 '1호 프로젝트리츠'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복수의 디벨로퍼와 자산운용사들이 사업 구조를 검토 중이며, 일부는 관련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실제 상장리츠와의 연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제도 도입이 일시적 실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프로젝트리츠 제도의 성패는 상장리츠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연계 구조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