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수주 5조5193억원…지난해 성과 돌파
매년 50~90% 성장…기저효과에 올해 성장 '주춤'
아시아 등 해외 시장 뚫고 ADC 신사업 추진해도
신규 고객사 확보 고민에 내실 없는 성장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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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주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해 북미, 유럽 소재 빅파마들과 새로운 수주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에 체결한 수주 계약의 규모를 증액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4일까지 공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누적 수주 규모는 5조5193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5조4000억원대의 누적 수주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이 되기 전 종전의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기록 경신의 배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체결한 여러 건의 수주 계약들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월 유럽 소재 기업과 2조원대 수주 계약을 체결한 뒤, 북미와 아시아 소재 기업과도 적게는 800억원대, 많게는 2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수주 계약을 성사했다. 여기에는 신규 계약 외 증액 계약도 포함돼 있다. 통상 계약 기간이 5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체결한 계약들로 수년간의 먹거리를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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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주 계약들에 발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조2500억원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누적 매출은 3분기 별도 기준 3조271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인 3조4971억원에 근접하다. 최근 기업 분할을 통해 연구개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뗀 만큼 향후 수주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를 위해 생산능력(캐파)도 5년 내 현재의 2배 수준 늘린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런 실적 속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새로운 과제가 된 모습이다. 5조원대로 올라선 누적 수주 규모는 올해 들어 확장세가 더디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선두 기업인 스위스 론자를 추격하는 '2위'들의 싸움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 개발 방법(모달리티)을 개발하거나 핵심 사업인 위탁생산(CMO) 사업의 물꼬를 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수년간 보여준 급격한 성장세를 잇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규모 자체의 성장세는 올해 들어 주춤해졌다.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수주 규모의 확장세가 급격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연간 누적 수주 규모는 2021년과 2022년 1조원대에 머무르다, 2023년 3조원대, 2024년 5조원대로 올라섰다. 최근 몇 년간 수주 규모 자체만 매년 50~90% 성장한 셈이다.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높은 수준의 누적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나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올해 말까지 1~2건의 조 단위 수주 계약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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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도 내부적으로 기존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고민을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DMO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체결한 몇몇 계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기존에 수주를 맡겼던 고객사이거나, 기존에 계약했던 수주의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라며 "대외적으로 수주 기록 경신을 알리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위기론을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고객사는 확인이 어렵다"라며 "같은 기업이라도 새로운 계약은 신규로 본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도 수주 규모를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 위탁생산(CMO) 사업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다. 향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에 뛰어들어 선제적으로 고객사와 접촉하려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기업 분할을 단행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분할 결정을 발표하면서부터 수주 논의를 이어가는 데 R&D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둔 점이 걸림돌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유럽에서 올린다. 이에 따라 유럽 외 지역에서 고객사를 발굴하는 일도 수주 확대의 방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동아시아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일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기업 몇몇과는 수주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이 시장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일본의 CDMO 기업인 후지필름과의 경쟁이 대표적이다. 특히 후지필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미국 내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CDMO업계 관계자는 "앞서 미국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생산 논의를 진행하다, 결국 후지필름에 의약품 생산을 맡겼다고 안다"라며 "스위스의 론자, 미국 써모피셔 외에도 후지필름 등 다른 CDMO 기업의 시장 공세가 거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