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치솟은 연체율…기업은행에 치명타
입력 2025.11.10 07:00
    9월말 연체율 1%…금융위기 이후 최고
    "경영 여건 좋지 않지만, 중소기업 지원"
    4대 은행 중기 연체율도 줄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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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3분기 기업은행의 연체율이 1%로 뛰어올랐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중소기업 연체율이 급등한 결과다. 제조업은 물론, 비교적 연체율 관리가 용이했던 부동산업까지 연체율이 오르면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말 기준 대출 연체율은 1%다. 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p) 오른 것으로 금융위기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을 이끈 건 중소기업 대출이었다. 기업 연체율은 2분기 말 0.93%에서 1.03%로 1%p 올랐다. 기업은행의 총 대출 중 중소기업의 비중은 82.9%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연체율은 0.01%p 오른 0.66%에 그쳤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임대업의 연체율이 6월말 0.64%에서 9월말 1.16%로 1분기 만에 0.52%p 올랐다. 부동산·임대업 연체율은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관리가 잘 되는 편에 속했다. 다만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연체율 급상승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조업도 같은 기간 0.91%에서 0.95%로 0.04%p 상승했다. 건설업, 음식숙박업 등의 연체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로 미미해 영향이 크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온 결과"라며 "기업 부실 증가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다방면의 연체 감축 방안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특히 부동산업의 경우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에 따라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15 대책으로 수도권 규제 지역이 확대되면서 주택 공급 여력이 더욱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도 적은 편이다. 3분기 말 기준 전체 예금 중 저원가성 예금은 32.1%(101조7000억원)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41.1%), 신한은행(37.5%), 하나은행(33.3%), 우리은행(37%) 등은 이보다 비중이 크다.

      '생산적 금융'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중기 지원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우량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8000억원으로 한달 새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중기 대출 잔액은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부동산임대업,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업종 연체율 상승은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며 "신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 관련해 은행간 경쟁 강도 심화에 따른 마진 하락, 건전성 훼손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